한나라당 당권을 두고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간의 '빅매치'가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벌써 여의도 정가에 나돌고 있다.
4.9총선에서 153석이라는 과반석을 확보한 한나라당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기반을 마련하고도 당내 역학관계 재조정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내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이방호 의원이 낙선해 계파 좌장역을 맡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데다 박희태, 김덕룡, 맹형규 의원 등 다선 의원들은 공천에서 탈락했고, 강재섭 대표 역시 불출마를 선언해 향후 당내 역할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소속으로만 30여명의 친박 의원들을 당선시켰고, 외부에는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의 약진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당장 친박 탈당파의 복당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되는 가운데, 친이측 내부의 권력 재편 문제가 향후 첨예한 문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당의 체제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18대 국회 개원 전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며 "새 지도부가 구성돼 원구성을 마치고 새 국회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측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의 당권 도전에 대해 의견이 반분돼 있다.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 당을 '원칙'에 맞게 되돌리고 대등한 당청관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선 있다.
친박측 좌장으로 무소속에 당선된 김무성 의원은 1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한나라당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박 대표가 어려워진 한나라당을 바로잡아야 한다. 당원들이 그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원로급인 서청원 홍사덕 전 의원도 여기에 공감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친박측 내에서 박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에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당권에 도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비록 친박 의원들이 많이 당선되긴 했지만 당을 친이측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다는 것이나, 또 대표로 다시 등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당 문제가 해결될 경우 김무성 의원이나 서청원, 홍사덕 당선자 등 친박측 좌장이 박 전 대표 대신 나서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맞서 서울진입에 성공한 정 최고위원은 당권 도전의사를 강하게 밝히며 자신을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부각시키면서 친이측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 최고위원과 이재오 의원과의 합종연합설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정 최고위원으로서는 이번 총선이 6선고지 등정이나 서울 입성이라는 의미보다 한나라당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무사 적응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더 내세우고 있다.
친이측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차기 당권과 관련한 정몽준 의원의 부상 가능성에 대해 "객관적으로는 그런 여건이 형성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 다른 중진 의원도 "정몽준을 추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는 카드"라고 동의했다.
이같은 정 최고위원의 속셈과 친이 측의 계산이 맞아떨어진다면 정 최고위원이 당의 간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주류인 '친이'와는 가깝지만 자기 지분이나 세력은 전무한데다 비주류 수장인 박 전 대표와 맞설 수 있는 정치적 파워는 아직 부족하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막후에서 거중조정 역할을 해왔던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움직임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당 안팎에서는 총선 결과 나타난 민심을 반영해 이 부의장이 박 전 대표측과 차기 당권 문제를 깊이 협의할 것이라는 관측과 정몽준 의원을 대타로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혼재하고 있다.
한편 7월 전대에서는 4선에 성공한 남경필, 3선 반열에 오른 원희룡, 정병국 의원 및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를 꺾은 역시 3선의 박 진 의원 등 소위 소장파들의 도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영욱기자 ky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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