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썬의 SW 사랑, 'DB 열매'로 결실

미국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16일(현지 시간)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DB) 솔루션 마이SQL(MySQL)을 1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썬은 그동안 다양한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하고 자바 부문을 강화하는 등 그 동안 소프트웨어 사업부를 지속적으로 육성해 왔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의 '핵심'이라 볼 수 있는 DB 업체를 손에 넣게 된 것이다.

특히 솔라리스에 이어 자바까지 소스 코드를 공개하면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던 썬으로선 오픈소스 DB인 마이SQL을 인수하면서 오픈소스 진영에서도 주가를 올리게 됐다.

무엇보다 썬이 마이SQL을 인수하면서 기대되는 효과는 바로 매출과 영업 부분이다. 그 동안 DB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썬의 역할을 가늠해 볼 때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기업용 시스템 영업 '시너지'

과거 썬이 기업용 시스템 시장에서 명성을 날릴수 있었던 것은 DB 업체 오라클과의 밀접한 협력 덕분이었다. 오라클은 썬 솔라리스에 최적화된 DB를 우선공급하고 썬의 멀티코어 유닉스 서버에 맞는 라이선스 정책도 내 놓는등 썬과의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드웨어에 대한 기업들의 충성도는 점차 낮아지는 반면 소프트웨어는 한번 구매하면 말그대로 '종속'되는 경향이 강했다.

특정 하드웨어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기업이 운영하는 업무 애플리케이션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가 정보기술(IT)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것. 반면 중심이 된 애플리케이션은 한번 선택하면 쉽게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썬 입장에서는 하드웨어 경쟁에서 HP나 IBM 등에 밀려나는데,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주도권은 오라클이 쥐고 있어 결국 기업용 시스템 시장에서 입지가 약화되는 결과를 떠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저가 DB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 SQL과 함께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마이SQL을 썬이 인수하게 된 것은 스러져가는 기업용 시스템 시장에 대한 불꽃을 되살릴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웹 2.0 전략도 빛 볼 듯

마이SQL은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오픈소스 DB 애플리케이션이다. 특히 닷컴업계나 중소기업들은 마이SQL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

썬은 지난해부터 '웹 2.0' 전략을 펴면서 온라인 닷컴 업계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이SQL을 인수하게 되면서 애플리케이션 사업까지 병행하면 영업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오라클과의 대결도 볼만하게 됐다. 현재 오라클은 중앙처리장치(CPU) 개수별로 라이선스 요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썬을 비롯한 유닉스 서버 업체들이 내 놓은 '가상 프로세서 멀티 처리 방식'에도 라이선스를 부과해 원성이 높았다.

썬의 경우 '칩멀티스레딩(CMT)' 기술을 유닉스 서버에 구현하고 있는데, 하나의 프로세서 안에서도 더 작은 처리단위인 '스레드'가 4개 이상 동시에 동작해, 메모리 지연 시간을 줄이고 처리 성능을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오라클 DB의 경우 이같은 칩-멀티스레딩(CMT) 기반의 가상 프로세서 처리에도 라이선스가 부과되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마이SQL은 소스코드가 공개된 DB 애플리케이션으로 온라인에서 다운받아 이용하고, 운영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사용한 만큼(서브 스크립션)' 부과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높다. 물론 마이SQL 자체의 매출도 적지 않아 썬의 매출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다.

◆DB 전문 기술-컨설팅-영업 노하우 축적은 과제

아직 과제는 있다. 썬은 수년전부터 소프트웨어 사업을 크게 강화하고 관련 조직을 정비해 왔다고는 하지만 자바와 같은 미들웨어, 혹은 개발언어 중심이었을 뿐, DB와 같은 정통 애플리케이션 영업에 대한 노하우와 기술 모두가 부족하다.

또한 DB 구축을 위해 필수인 컨설팅 능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이 부분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확대가 요구된다.

이와함께 국내외에서 기존 마이SQL 영업을 도맡았던 협력업체들과 제휴 관계도 보다 긴밀하게 맺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