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대비한 기구개편 방안이 IPTV의 발목을 잡고 있다.
15일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이재웅)가 '전국면허·지배적사업자의 자회사 분리 비명문화' 등에 대한 일부 합의점을 찾았지만, 정작 법률의 소관부처와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기구개편 방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막판 혼전이 계속되고 있다.
방통특위는 당초 19일 전체회의 예정을 20일로 미루고 19일에는 IPTV 및 기구개편 방안 마련을 위한 소위원회를 개최키로 하는 등 '벼락치기' 합의점 도출 시도에 나섰지만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
이날 오전 소위원회는 IPTV사업자에 전국사업면허를 주되 77개 모든 권역에서 점유율은 3분의 1 이상을 넘지 못하는 안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77개 권역 모두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지난 회의에서 1안(케이블 77개 권역 기준으로 IPTV 사업자에 25개 권역의 지역면허 주되 권역별 점유율 3분의 1 제한)을 지지한 정청래 의원이 77개 권역 모두에서 서비스해야 한다는 전제로 전국면허에 합의함으로써 IPTV 도입방안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오후에 속개된 회의에서 기구개편방안과 관련, IPTV의 소관법률 논의 및 기구개편 방안에서 합의제위원회에 정책입법권을 부여할 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마감시간'을 눈 앞에 두게 됐다.
◆'법률안 소관-정책입법권' 걸림돌
IPTV 법률안을 방송법으로 구성할 것인지, 제 3의 법안으로 할 지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며 법제화의 진도를 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합민주신당 정청래 의원은 "전국면허, 자회사 분리를 명시하지 않기로 하면서 시장 지배력 전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을 명시키로 했다"며 "망동등접근권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소관법률은 방송법이어야 한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구법과 병행처리가 필요하며, 핵심은 방통위원회에 방송정책권을 부여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라며 "방송정책에 관한 입법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당 홍창선 의원은 "전국면허, 자회사 분리를 명시하지 않게 됨으로써 사실상 제 3의 법안으로 법률안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다수 의원들의 생각"이라며 "규제 위원회에 입법권을 부여하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IPTV 법률안을 방송법으로 구성할 경우 기존 디지털케이블TV 서비스 등과 규제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케이블TV는 전국 77개 권역으로 쪼개져 전체 권역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33%의 매출을 넘을 수 없다.
방송법이냐, 제 3의 법이냐에 따라 세부 시행령 마련과정에서 '자회사 분리', '망 동등접근' 등에 대한 규제기준과 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특위 내부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방통특위가 현 '정보통신부-방송위원회' 체제를 '독임제 행정부처(진흥)-합의제위원회(규제)' 구조로 개편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가운데 합의제위원회에 정책 입법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과 규제집행 위원회의 권한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
문제는 특위 소속의원간에도 IPTV 법안에 우선순위를 두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IPTV와 기구개편법안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소위원장)은 "소위 의원들이 IPTV 법안과 기구법안을 함께 처리하자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특위 소속 의원들 가운데는 "민생법안이라 할 수 있는 IPTV가 우선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마감시간' 눈앞에도 안개국면
소관법률 및 입법권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좁혀지지 않음으로써 오는 23일 종료되는 정기국회에서 IPTV 법안과 기구개편법안의 회기내 통과여부는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든 국면을 맞고 있다.
소위에서는 정청래 의원을 제외한 대다수의 의원들이 제 3의 특별법 적용, 규제위원회에 입법권 부여 반대 등의 입장이지만, 전체회의에서는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종복 의원실 관계자는 "기구법과 연계하지 않는다면 현재 논의중인 IPTV 법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권 의원실 관계자 역시 "방송의 정체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며 "기구법의 경우 위원회가 규제집행만 담당하는 방안(B안)은 반대"라고 강조했다.
이광철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면허 유지가 소신"이라며 "소위 결정이 전체회의로 넘어와 표대결까지 갈 경우 우려스런 결과가 나올 것으로 걱정한다"고 언급했다. 손봉숙 의원실 관계자는 "이미 오전의 소위 결정만으로도 자본의 방송시장 장악에 대한 우려감을 감출 수 없다"며 "손 의원은 현재 특위 위원 사퇴 여부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특위는 정기국회 회기 종료가 임박함에 따라 오는 19일 IPTV 및 기구개편 관련 소위원회를 개최하고 20일 전체회의를 개최할 계획으로, 막판 기세싸움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IPTV 법제화가 기구법과 연계되면서 두 법안 모두 통과여부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방통특위가 표대결을 시도할 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통신-방송' 찬반 입장 교차
이같은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 전국면허 등에 대한 합의 소식이 전해지며 업계의 찬반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사실상 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가 기대했던 방향으로 법제화의 윤곽이 잡히자 이를 환영하는 통신업계와, 이에 반발하는 케이블TV 업계의 반응이 교차하고 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IPTV는 정리가 돼 가는 분위기이고 기구법 논의 역시 특위 의원들이 의지가 강한 만큼 논의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더 이상 서비스 시작이 늦어지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KT 관계자 역시 "법제화가 완료되면 내년에는 실시간 방송이 포함된 서비스가 가능해져 IPTV 활성화에 물꼬가 터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나로텔레콤 관계자 역시 "방통특위의 합의안에 환영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법제화가 완료돼 IPTV에서 실시간 방송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케이블TV 측은 "전국면허를 허용하는 방통특위의 논의는 거대자본에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전국을 77개 권역으로 나눠 서비스를 제공중인 디지털케이블TV와의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IPTV사업자에 전국면허를 주면 그 사업자는 마케팅력이나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서비스 1년만에 하나TV가 디지털케이블TV 가입자를 추월한 것은 이같은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블TV 업계는 특위 전체회의에서 시장지배적 통신사업자(KT 등)의 자회사 분리 문제를 '입법취지 혹은 정책방향'으로라도 의결해 향후 정부관할 부처에서 시행령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아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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