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9년 자본시장 통합법(이하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창업투자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자통법에 따른 금융빅뱅이 예고된 가운데 대형 투자은행(IB)이 직접 벤처투자에 나설 경우 자본규모에서 열악한 창투사들은 존립기반마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 경쟁 안되고 자금줄 차단마저 우려
증시에서는 이같은 우려가 벌써 현실화되고 있다. 자통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다음날인 4일, 창투업종은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서도 1.7% 하락했다.
이날 가장 낙폭이 큰 업종 대열에 포함된 것이다. 자통법 시대에 대한 우려가 이미 주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창투사들은 앞으로 탄생할 거대 증권사, 즉 투자은행들이 현재와 같은 단순 주식 매매업무에서 탈피, 다양한 투자 업무에 주력할 경우 이들과의 경쟁도 불가피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자통법 시대를 맞아 증권사들은 약 2조원대의 자산과 5천억원의 자본금 확보를 위해 증자, M&A 등의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증권사들이 향후 창투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구조조정(CRC)분야는 물론, 고유 자본으로 벤처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게 창투업계 분석이다.
문제는 창투사들이 증권사들 처럼 몸집 불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 현행 창투사들의 최저 설립자본금은 70억원이다. 그나마 100억원이던 게 규제완화를 통해 하향 조정된 결과다.
KTB네트워크와 같은 신기술 금융업체의 경우 자본금이 그나마 높은 편이지만 일반 창투사들은 많아야 400억원 선. 상장 창투사들도 약 200억원 선이 대부분이다. 자금력에서는 증권사와는 경쟁이 안되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는 자통법 이후 벤처캐피탈의 역할이 약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향후 투자은행이 발달되면 벤처캐피탈로 유입되는 자금까지 잠식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각종 기금 등이 벤처캐피탈 대신 발달된 투자 기법을 가진 대형 투자은행으로 몰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책마련 부심…'찻잔속 태풍' 시각도
결국 고유 투자는 물론 투자조합 결성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탓에 벌써부터 일부 창투사들은 해법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기술투자다. 이 회사는 사채발행을 통한 자금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도 사모사채발행으로 200억원을 확보했다. 차입으로 확보한 금액만 약 600억원에 달한다.
이 자금은 대부분 고유계정 투자를 위한 실탄으로 사용될 예정. 고유계정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한기투 관계자는 "투자조합 운영에 따른 수수료 수입만으로는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차입을 통해 직접 투자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통법에 따른 역풍이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벤처캐피탈협회 김형수 이사는 "선진자본시장인 미국의 경우도 월가를 중심으로한 대형 IB와 벤처캐피탈의 역할이 나뉘고 있다"며 "일부 대형 투자건에서는 업무가 중복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벤처투자에서 겹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 국내 벤처캐피탈들의 평균 업체별 투자액은 약 11억원정도로 전체 연간 투자규모도 약 1조원선이다.
대형 IB가 들어오기에는 시장 자체가 좁다는 게 벤처캐피탈 협회의 해석이다.
백종민기자 cinq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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