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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지만 죽어있는' 대선주자들의 블로그


블로그 본질적 성격 이해 못 해

대선주자들의 블로깅은 어느정도일까. 블로그가 '1인 미디어'로 부상하고 있는 지금 대선주자들의 블로거는 그러나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로그는 사람들의 인터넷 이용 행태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 초기 단계의 카페, 커뮤니티 등 '친목 도모형' 모델에서 자기표현, 정보 공유 등의 모델로 발전했다. 최근엔 '1인 미디어'로서 파급효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중 어떤 것들은 미디어 못잖은 파급력을 지니게 됐고 심지어 돈을 만들 수 있는 홍보 채널로까지 점차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엔 설치형 블로그까지 블로그는 계속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달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롱테일'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은 "아마추어적이긴 하지만 훌륭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블로그는 정보의 유통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며 블로그를 인터넷 세상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형태로 높게 평가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이런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블로그로 유권자들과 교류하고 있다. 블로그뿐만이 아니다. 몇 달 전엔 대선주자들이 동영상 사이트 판도라TV의 도메인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각 대선주자들은 블로그를 어떻게 운영·관리하고 네티즌들과 '교류'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교류하고 있지 않다'이다. 대부분 '블로깅'과는 거리가 멀다. 블로그라는 '형태'만 새로운 것을 채택했을 뿐 내용 면에서는 1세대 인터넷의 커뮤니티나 홈페이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음과 네이버에 블로그를 두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두 블로그가 비슷하다. 동정 소개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이 전 시장은 디자인과 내용이 거의 흡사해 다음과 네이버의 로고만 지우면 다른 블로그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의 네이버 블로그도 유사하다. 다만 '티스토리'와 '플레이톡'에 개설한 블로그는 블로거들과 교류가 활발해 어느 정도 블로그의 '냄새'가 난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다음과 네이버 블로그를 각각 뉴스, 정책 소개로 차별을 두었지만 블로그 고유의 특성을 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에 블로그를 만든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동영상 카테고리를 둬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다른 블로그들과 다르다는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블로그가 이처럼 '죽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블로그는 내가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특별한 목적 없이, 관심사를 나누기 위해 서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이 그 원동력이다. '트랙백' 기능으로 타인의 정보 또는 의견에 대한 생각을 내 블로그에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것이 한 예이다.

그렇게 작성된 글들은 또 꼬리에 꼬리를 물어 무한 증식하는 세포처럼 다른 블로그로 퍼져 나간다. 이것이 블로그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허심탄회하게 '불특정 다수'에게 쓴 듯한 글도 없지 않지만 그것은 사실 '특정 다수'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유권자'라는 특정인을 겨냥해 '득표'라는 목적을 둔 메시지인 것이다.

종종 글이 바뀌고 디자인도 화려하지만 '죽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대선주자들은 블로그를 통해 홍보하기 쉬운 '열린 통로'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블로그의 본질인 '상호 교류'는 신경 쓰지 않는 인상을 주고 있다.

다음이나 네이버에 블로그를 만든 대선주자들은 '블로깅'을 위한 블로그보다 대형 포털의 접근성이라는 '홍보수단'에만 집중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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