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및 정치권에서의 이동통신 요금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7월부터 예정돼 있는 결합상품 출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보통신부 및 이동통신 업계가 요금 인하 주장에 대한 대응 논리로 결합 상품을 통한 요금 인하 효과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통신 업계는 오는 7월부터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 출시가 자유로워지더라도 당분간은 결합상품 출시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 감소 등을 우려한 통신 사업자들의 눈치보기가 극심하기 때문.
실제로 5일 현재까지 정통부에 결합판매를 위해 약관 심사를 신청한 사업자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 사업자들은 "준비 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결합판매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지 2년이 넘었고 작년 말에 벌써 기본 윤곽이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자들의 이러한 설명은 궁색하다는 평가다.
◆결합판매 약관 심사 '전무'
유무선 서비스를 모두 보유하고 있어 결합상품 시장에서 가장 강점을 지닌 KT 그룹조차도 내부적으로 '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고 있다.
결합상품을 대거 출시할 경우 단기적인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경쟁사를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 더욱이 경쟁사에게 동등한 조건으로 결합판매 구성 요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KT는 우선 초고속인터넷+와이브로, 초고속인터넷+메가패스TV, 초고속인터넷과 보험 등의 결합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동전화만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도 결합판매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이동전화의 요금 할인이 수반된 결합판매를 제공할 경우 매출 감소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결합상품 구성에 불리한 SKT는 KT나 하나로텔레콤 등 유선 사업자들이 결합상품이 출시된 후 결합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LG그룹 통신 3사도 결합상품과 관련해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LG텔레콤 관계자는 "결합상품 출시를 위해서는 빌링 시스템 개발과 유통망 정비 등이 필요한데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통부는 수많은 논란 속에서 결합판매 제도를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신 사업자들의 반응이 뜨겁지 않자 오히려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요금 인하 압력이 변수
하지만 최근 불거진 요금 인하 압력으로 좋든 싫든 결합판매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통부도 "7월부터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판매가 허용되고 경쟁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요금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혀 간접적으로 통신사업자에게 결합상품 출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시민 단체들의 요금 인하 압력이 있어 소비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결합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4일 김희정 의원실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SK텔레콤의 이형희 상무는 시민 단체의 요금 인하 요구에 대해 "7월 결합판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 그때도 부족하면 채찍을 가해달라"고 말해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KT그룹의 한 관계자도 "KTF의 이동전화가 포함된 결합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합판매가 가계 통신비 지출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의원은 "결합판매 등 통신 규제 로드맵에 제시된 내용들은 본질적으로 소비자의 통신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성숙기에 접어든 현재 통신 시장의 정체성을 타개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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