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5.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라인에 5천500억원의 증설투자를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LG필립스LCD(이하 LPL)가 이 라인에 대한 신규투자를 철회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LPL은 지난해 7월 5.5세대 투자 계획을 밝힌 이후 1년 가까이 투자시점을 고민해 오던 끝에, 지난 1일 이사회에서 결국 5.5세대에 대한 신규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LPL은 오는 2009년 양산을 목표로 차세대 투자계획을 연내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새로 투자할 차세대 라인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LPL이 8세대 라인에 투자함으로써 삼성전자와 경쟁에 나설지, 8세대를 건너뛰고 차세대 라인에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LCD 업계를 주도해 나갈지 관심을 모은다.
◆단기 수익성보다 경쟁력 확보 선택
LPL의 5.5세대 투자계획 철회는 장기적으로 세계 LCD 패널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회사의 전략을 보여준다.
LPL이 5.5세대 투자를 단행할 경우 기존 라인을 보강하는 것은 물론, 하반기 LCD 수요 확대에 힘입어 단기적으로 회사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오는 8월이면 8세대 라인을 돌리기 시작하고, 샤프는 10세대 라인까지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LPL로선 단기 수익성을 쫓았다가 LCD 생산능력과 표준 다툼에서 크게 밀릴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LPL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8세대는 물론 그 다음 세대인 9~10세대의 투자에 전격 나설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9~10세대로 바로가나…8세대 표준화 나설 가능성도
LPL의 차세대 라인 투자는 8세대를 건너뛰고 9~10세대로 바로 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조만간 8세대 라인 가동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뒤늦게 같은 세대 라인에 투자할 경우 시장 주도권 다툼에서 크게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단 9~10세대로 바로 가기엔 투자비용 등 면에서 높은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LPL이 8세대 라인에 투자할 경우 삼성전자 공급용으로 개발된 장비들을 활용할 수 있어 투자비용을 줄이고, 양산시점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최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의 출범과 관련해 권영수 LPL 사장이 8세대에서 패널 표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서, 52인치 크기로 삼성전자와 패널크기를 맞춤으로써 업계의 상생에 앞장설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름 늘어난 LCD 장비업계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출범과 함께 LCD 제조사 교차납품 등에 기대가 높았던 장비업계는 LPL의 투자계획 철회로 오히려 시름이 늘어나게 됐다.
당장 5.5세대용으로 개발해온 기존 장비를 납품할 기회를 잃게 된 것. 장비업계는 5.5세대용 장비는 해외 다른 거래선에 공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LPL이 곧바로 차세대 투자라인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LPL이 8세대 라인에 투자할 경우 삼성전자의 같은 라인에 장비를 공급한 업체들과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LPL에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이중고통에 시달릴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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