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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증권사간 '먹고 먹히기' 시작되나


우리투자증권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형증권사 인수 의지를 밝히면서 증권사간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금 무르익고 있다.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형 투자은행으로 발전하기 위해 대형 증권사를 인수할 의사가 있다"며 M&A 의사를 공식화 했다.

그는 "국제적 투자은행(IB)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5조원은 돼야 하지만 현재의 배당성향 50%선을 유지해서는 이같은 금액에 도달하기 어려워 인수를 추진할 수 밖에 없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 외에도 CJ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한화증권, 동부증권 등도 증권사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상태. 여기에 최근 서울증권을 인수한 유진그룹과 국민은행 등도 증권사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 자기자본을 늘리겠다고 선포한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의 M&A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유상증자로 수조원대 자금을 조달할 수도 없거니와 이익잉여금만으로 자기자본을 늘리기엔 한계가 있는 때문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인수 주체로 부각되는 동시에 매물로 인식되고 있다는 대목. 업계 전체가 M&A 바람에 휩쓸리고 있는 형국이다.

증권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인수 의지를 밝혔든 밝히지 않았든 국내 주요증권사들 대부분이 타법인 인수에 관해 조사 중인 상태"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증권업계 M&A 바람 왜?

증권사간 본격적인 M&A 가능성은 지난해말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앞둔 몸집불리기 등 여건도 무르익고 있다.

합종연횡을 통한 시장재편,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거대증권사 탄생등의 필요성은 업계는 물론 정부도 의지를 갖고 있는 대목.

더욱이 증시 활성화 등으로 증권업계에 신규 진입하려는 움직임도 M&A 바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진입을 제한하고 있는 만큼 M&A 가 그 유력한 대안이 되고 있는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당국은 지난 2004년 이트레이드증권 설립을 허가한 이후 여타 금융회사의 증권업 진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증권사 신규 설립은 정부의 증권산업 발전 정책 취지와 어긋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신규진입보다 업계 M&A를 유도, 경쟁구도 재편을 꾀하고 있다. 최근 감독당국이 지배주주 승인 요건 중 부채비율 규제를 200% 이하에서 300% 이하로 완화하기로 한 것도 그중 하나.

덕분에 4월 기준 부채비율이 172.49%에 달하는 삼성증권이나 196.78%에 달하는 현대증권으로선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부채비율이 100%를 넘는 SK증권과 CJ투자증권 등도 타 증권사 합병시 좀 더 여유가 생길 전망이다.

◆본격적인 M&A까지는 시간걸릴 듯

그러나 최근 매물로 나온 KGI증권 매각 작업에 국민은행이 발을 빼는 등 증권업계 M&A는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우증권의 경우도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단기간 내 대우증권을 매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산업은행이 계속 대우증권 대주주로 참가해 투자은행(IB)로 발전할 수 있게할 것"이라고 언급, 여기에 힘을 더하고 있다.

또한 증시 활성화로 중소형 증권사들의 수익구조가 눈에띄게 개선되면서 매각의 필요성이 반감하고 있다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그동안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던 증권사들은 최근 펀드 판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신규사업을 통해 이익 구조를 다변화, 대부분의 증권사가 2000년 이후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CJ그룹의 경우 CJ투자증권 매각 계획에서 선회, 오히려 CJ투자증권을 통해 또 다른 증권사를 인수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CJ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증권사를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증권업이 유망하다는 판단 아래 회장 개인 돈을 투자해서라도 지배권을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M&A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몸값이 뛰는 것도 부담이다.

'라이선스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마땅한 인수 대상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 단기간 M&A가 가시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매물로 거론되는 증권사들은 M&A 얘기만 나와도 발끈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30일 우리투증발 M&A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증권사 주가가 동반 급등했다.

코스피지수가 0.92포인트 올라 166.72포인트로 마감한 속에서도 증권업종지수는 6.45%나 급등했다.

현대증권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1만8천450원에 거래를 마쳤고 대우증권도 10.32% 급등해 2만5천650원으로 치솟았다. 이외에 대신증권 5.58%,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각각 5.61%, 3.85% 상승했다.

안재만기자 ot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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