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 회의장.
노준형 정통부 장관은 "공정경쟁 문제는 사후규제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특정사업자가 다 가지고 있다. 새로 구축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면 문제다. 새 IDC를 건설할 수 있다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 장관이 뜬금없이(?) IDC 이야기를 꺼낸 것은 민주당 손봉숙 의원이 망없는 인터넷기업이 IPTV를 하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기 때문이다.
손봉숙 의원은 노 장관에게 "다음이 진출하려 할 때 망을 빌려야 하죠? IPTV 진출하는데 KT와 계약해야 한다면 불공정 거래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인터넷데이터 센터가 KT와 데이콤이 독점하고 있죠? 다른사람들도..."라고 물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들이 대용량 콘텐츠가 오가는 미디어융합시대에 제대로 사업하려면 'IDC=ISP(인터넷서비스사업자, 통신사업자)'라는 해묵은 공식은 사라져야 한다.
일본이나 미국과 달리 국내 IDC에 입주한 인터넷 기업들은 맘대로 회선을 선택할 수 없고, 논리적으로 하나의 망도 가질 수 없어 망에 장애가 생기면 어려움을 겪는다.
KT나 데이콤 등 통신사업자들이 해외에서는 보편적인 BGP(Border Gateway Protocol) 라우팅을 해주지 않고, KT IDC에는 KT 회선외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BGP라우팅이란 한 인터넷 기업이 여러 개의 인터넷서비스기업(ISP)과 연결할 때, 양쪽으로 골고루 트래픽을 나눠 보낼 수 있도록 대등하게 연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신기업들이 반대해 불가능하나, 일본만 해도 NTT커뮤니케이션에서 IDC 건물을 짓고 여기에 여러개의 통신회사 회선이 들어간다. 서버호텔인 IDC는 NTT 것을 써도, 회선은 다른 사업자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UCC, 동영상, 온라인 게임, 이러닝 등 콘텐츠가 대용량화되면서 핵심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에게 네트워크 안정화와 비용문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IPTV 법 등 미래 융합정책을 만들때 BGP 라우팅과 KT IDC 타사 광케이블 인입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정통부 장관의 답변은 실망스럽다.
공정경쟁 문제를 온전히 사후규제로 보고 있으며, "필요하면 새 IDC를 건설하라"라는 말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가 공정경쟁문제를 전부 사후규제로 해결하려 한다면, 규제권한 대부분을 공정거래위원회로 넘겨야 옳다.
또한 노 장관 말처럼 네이버는 한 때 KT 목동 IDC에서 나와 직접 IDC를 만드는 일도 검토했다.
그러나 인터넷기업이 새로운 IDC를 만든다 해도, KT 등 회선사업자들이 회선을 주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한 사업자가 전체 서버를 한 개 IDC에 두지 않는 추세를 감안했을 때 BGP 라우팅과 회선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새로지은 건물에서 사업하기 힘들다.
이날 노준형 장관의 답변은 짧은 시간에 이뤄졌고, 또 "(IDC를) 새로 구축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면 문제"라고 말하는 등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통부가 통신사업자외에 다른 IT 기업들의 가려운 곳도 내아픔처럼 받아안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지난 5일 국무조정실 산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에서 IPTV 정책방안을 정할 때 정통부 유영환 차관은 "통신사업자에게 불리하다"며 기권했다.
그러나 인터넷기업들의 BGP라우팅이나 KT 광케이블 인입 등의 요구에는 그만큼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정통부는 실무자선에서 최근 KT와 인터넷기업들을 만나 망없는 사업자의 IPTV 진입법이나 BGP라우팅, KT 국사의 광케이블 인입 등에 대해 논의했다.
통신과 방송, 인터넷 등 업종간 경계가 허물어 지는 시대를 맞아 정통부 정책이 과거 설비기반 경쟁 중심, 통신회사 위주에서 균형감있게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이번이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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