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동안만 자축하라!".
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오마에 겐이치 박사가 지난 2일 체결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4일 방한 강연에서 던진 훈수다. MIT 공학박사 출신으로 매킨지 아태지사장을 역임한 오마에 박사는 미국 유력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세계 사장적 지도자 4인' 중 한명에 꼽힌다.
오마에 박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협정인 나프타(북미경제자유무역협정)의 성과를 보면 현재 그 효과가 정체되거나 쇠퇴하고 있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며 "한미FTA의 효과도 같은 맥락에서 어떤 성과를 낼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론을 견지했다.
그는 자국의 예를 들면서 "FTA 체결을 안해도 세계 각국과 무역을 잘하고 있다"며 "한미, 두 나라가 과연 뭘 얻어낼 수 있을 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동아시아의 주요 국가인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은 FTA와 같은 정치적인 틀이 없어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고, 스마트한 기업들은 이미 누가 최적의 파트너인줄 잘 알고 있다는 설명이다.
즉, FTA와 같은 외부 환경 변화와 상관없이 기업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독립적인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오마에 박사는 "소비자 측면에서는 한미FTA 체결로 보다 더 좋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며 "반면, 기업 측면에서는 FTA 없이도 경쟁력이 있는 곳은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역'이라는 문제는 '정치'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영'으로 풀 수 있는 것"이라며 "기업은 시장과 고객을 위해 전념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한미FTA에 대한 평가는.
"FTA는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가장 큰 규모의 NAFTA를 보면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FTA를 통하지 않고도 무역은 가능하며 일본도 그러하다. 과연 한국이 FTA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번 한미FTA에 미국 압력이 작용했을까.
"아닌 것 같다. 한국의 정치가들이 FTA에 관심이 컸던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FTA는 시장에 대한 압력이 작용했던 것으로 본다. FTA체결로 소비자는 좀더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그간 FTA없이도 무역을 잘했으나, 기존에 경쟁력이 없던 기업들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
"일본의 FTA와 관련, 일본은 지금까지 FTA없이 모든 나라들과 무역을 잘 해왔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풀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철강, R&D, 정밀화학 등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기업들이 쉬운 솔루션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그 의미는 뭔가.
"한국기업들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분야에서 항상 서둘러 조달을 통해 해결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한국기업들이 단기간에 결과물을 내는 것이 경쟁력의 일부이다. 삼성은 매우 성공한 기업이다. 삼성은 일본에서 가장 많은 구매를 일으키는 한국기업이다. 삼성이 일본기업처럼 R&D에 많은 투자를 했을 경우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 지 알 수 없다."
"한국기업은 일본이 하는 것과 같이 할 필요가 없다. 몇몇 한국 기업들은 세계 넘버원이다. 내부 구조의 차이, 일부 기업의 경쟁력이 한국의 성공에 기반이 되었다. 일본이 하는 것을 한국이 답습할 필요가 없다."
-하이컨셉기업은 무엇인가.
"한국에도 하이컨셉 기업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이컨셉기업으로 미국의 애플사의 예를 들겠다. 미국의 애플사는 시스코가 갖고 있는 i-phone이라는 브랜드 권리를 소비자들의 여론에 따라 사용할 수있을 만큼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일본에는 아마타나라는 소형가전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일반 가전제품보다 3-5배의 가격이나 구입하는 골수 소비자가 있다. 닌텐도도 이러한 하이컨셉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이컨셉기업의 정의는 설명하기 어려우나 해당 회사를 떠올리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니는 하이컨셉기업이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그들은 비용 절감, 구조 조정 등을 통해 수지를 맞추려고 노력하게 되면서 하이컨셉기업에서 벗어나게 됐다."
-전통적인 한국 제조기업에게 하이컨셉컴퍼니로 전환을 시도하려면?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기존의 강점이었던 대량생산 제조기술등은 하이컨셉기업으로 변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하루아침에 하이컨셉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없다. 일본이 조선강국으로서 가졌던 명성이 한국조선업의 성공에 따라 퇴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쯔비시중공업은 컨테이너선, LNG선 제조에서 벗어나 크루즈선 제조로 변경했다. 크루즈십은 기존 조선업과 다른 많은 센스가 필요하다. 미쯔비시 중공업의 크루즈선인 '아스카'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비롯 기존 조선업에서 필요 없었던 분야가 필요하다. 아스카의 성공으로 미쯔비시는 하이컨셉컴퍼니로 전환에 성공했다."
"도시바는 플래시 메모리 등 메모리 제조기업에서 핵발전 설비 등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웨스팅하우스를 인수 했다. 도시바의 이러한 시도는 5년 정도 더 지켜봐야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지만, 하이컨셉컴퍼니로 변환으로 판단된다."
-많은 기업들이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IT투자에 대한 효과에 대해 답해 달라.
"21세기 회사가 IT의 활용없이는 사업할 수 없다. 내가 최고경영자라면 업무에 최적화된 IT가 아니라 최고의 IT에 따라 업무를 재조정하겠다. IT는 고객과 직결되는 연결통로, 가장 방대한 정보를 얻게 해주는 최적의 도구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최고의 IT기술를 바탕으로 업무를 재조정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의 '샌드위치 위기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은 대만과 한국에 샌드위치돼 있다. (웃음) '샌드위치'론은 위기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도전의식, 에너지로 긍정적으로 변경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샌드위치'론을 언급한 이건희 회장이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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