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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M 폐지 힘받나?…EMI 가세할 듯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기술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 외로 커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뉴스 메이커인 스티브 잡스가 음반회사들에게 DRM을 풀자고 제안한 데 이어 이번엔 메이저 음반사인 EMI가 비슷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현지 시간) EMI 그룹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디지털 음악을 복제방지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MP3 파일 형태로 판매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MI는 애플의 아이튠스와 경쟁하는 온라인 소매점들과 광범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EMI와 협상을 하고 있는 업체들로는 리얼네트웍스, e뮤직닷컴, 뮤직넷, MTV 네트웍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협상이 타결될 경우 EMI의 음악은 마음대로 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기기에서도 자유롭게 들을 수 있게 된다.

특히 메이저 음반사인 EMI가 DRM을 폐지한 MP3 음원을 공급할 경우엔 디지털 음악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성사땐 엄청난 파장 예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EMI는 지난 해 12월 말부터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폐지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해 왔다. EMI는 처음에는 '위험 보험'조로 온라인 소매업체들로부터 수 백만 달러를 받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온라인 소매업체들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1월말 새로운 제안을 들고 나왔다. 온라인 소매업체들에게 EMI의 음악을 MP3 형식으로 판매하는 대가로 얼마를 지불할 수 있을 지 얘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 EMI는 지난 8일 온라인 소매업체들에게 이 같은 제안을 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EMI가 DRM 폐지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도 많다고 전했다. EMI 대변인도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최근 들어 몇몇 음반사들이 시장 확대를 위해 DRM 기술을 풀어버리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해 왔다. 하지만 EMI처럼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추진한 사례는 아직 없는 편이다. 또 다른 메이저 음반사인 워너 뮤직 그룹의 에드가 브론프맨 2세 회장은 "우리 회사는 복제 방지 기술이 여전히 필수적이라고 믿고 있다"라면서 스티브 잡스의 제안을 일축했다.

이처럼 메이저 음반사들이 DRM 폐지에 대해선 확고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EMI가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한 발 뒤진 것을 만회하려는 복안이 깔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MI는 그 동안 메이저 음반사 중에서 디지털 음악 전략이 가장 뒤진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 메이저 음반사 중 구글의 유튜브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고 있는 것은 EMI 밖에 없다.

◆스티브 잡스가 던진 메시지

DRM 문제를 음반 시장의 화두로 먼저 제기한 것은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였다. 잡스는 6일 애플 웹 사이트에 올린 '음악에 대한 생각(www.apple.com/hotnews/thoughtsonmusic/)'이란 공개 서한을 통해 음반회사들의 전향적인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유니버설 뮤직 그룹, EMI, 소니 BMG 뮤직 엔터테인먼트, 워너 뮤직 그룹 등 4대 음반회사들에게 DRM 제한 없이 온라인 음악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 것. 현재 이들 4개 음반회사는 전 세계 음악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첫번째 모델은 디지털 음반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기기에서만 작동되는 음악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 모델은 사실상 현재 디지털 음악 시장이 주된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두번째는 모든 회사들이 일종의 DRM 동맹을 맺는 것. 이렇게 할 경우 저작권을 보호하면서 소비자들에게도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이 모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신사동맹을 기대하기 힘들 뿐 아니라 자칫하면 코드가 누출돼 엄청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DRM 없이 자유롭게 MP3 파일을 파는 방식이 소비자들과 음반업계 모두에게 득이 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발 더 나가 DRM을 풀면 자신들도 아이팟과 아이튠스를 이어주는 폐쇄적인 코드를 풀 용의가 있다고 선언했다.

스티브 잡스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음반업계는 "너나 제대로 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애플이야말로 폐쇄적인 DRM 정책의 최대 수혜자라는 것이다.

이 같은 반격을 예견한 듯 스티브 잡스는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음반업계의 주장을 미리 반박했다. 2006년에 판매된 음악 중 DRM으로 보호된 것은 20억개였다. 하지만 음반업체들은 200억 곡 가량을 DRM없이 판매했다. DRM 시스템을 지원하지 않는 CD 플레이어에서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 해에 출하한 음반 중 90% 가량을 DRM 없이 판매한 음반업체들이 겨우 10%를 놓고 불법복제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 스티브 잡스의 주장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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