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NHN이 밝힌 '첫눈' 인수합병(M&A) 규모는 350억 원이다. 관심을 끌었던 M&A 치고 그다지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이 M&A는 금전적 규모 이상의 관심을 끈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M&A가 그 규모에 비해 향후 국내 닷컴 시장의 지형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첫눈은 아직 상용 서비스도 시작하지 않았지만 일종의 '태풍의 눈'이었던 것이다.
첫눈이 '태풍의 눈'으로 보였던 까닭은 대충 세 가지다.
첫째, 남부럽지 않은 기술인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이 점은 최휘영 NHN 사장도 시인했다. 그는 29일 컨퍼런스콜에서 "(첫눈의) 우수한 인력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닷컴 업계는 첫눈이 그 기술인력을 바탕으로 한껏 도전정신을 발휘하면 국내 검색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NHN의 네이버를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시장이 변하고, 네이버 이외의 다른 닷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본 것이다.
장 사장은 M&A설이 나돌기 조금 전에 인터넷 콘텐츠 업계 연합체와 제휴했다. 첫눈의 검색 서비스와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를 결합해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네이버 등 포털 업계를 보면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중국놈이 번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콘텐츠 업계로서는 우군을 만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첫눈이 '포털의 대항마'로 인식됐던 것이다. 중소 닷컴은 첫눈을 은연중에 '反포털의 선봉'으로 여겼던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앞의 두 가지 이유와 좀 다르다.
장 사장이 앞의 두 이유에 기대어 독자 생존의 길을 갈 것이냐, 아니면 역부족을 느끼고 M&A로 갈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M&A를 선택할 경우 앞의 두 가지 이유로 인한 기대는 사라지고, 시장에 다른 전선(戰線)이 형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큰 관심은 네이버와, 한국 검색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는 구글의 대결로 압축된다. 장 사장은 끝까지 함구했지만, 구글과 첫눈이 깊숙이 협의했다는 사실은 정설로 믿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장 사장은 NHN의 네이버를 선택하는 결단을 내렸다.
장 사장은 그 이유를 한 마디로 "해외 진출은 정말 어렵습니다"는 말로 압축했다. 한국 닷컴도 이제 제대로 해외에 진출할 때가 됐는데, 첫눈만으로는 역부족임을 시인하고, 그 현실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네이버와 결합하기로 판단했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이 결단은 겉보기에 앞의 두 가지 이유에서 중소 닷컴이 걸었던 기대를 저버린 것으로도 보인다. 그래서 M&A 최종 소식이 알려지자 장 사장과 첫눈에 대해 "실망했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이런 반응에 대해서는 장 사장 또한 짐작한 듯 하다.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그는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실 것 같아서, 치열했던 고민의 내용을 모두 공유할 수는 없지만, 몇 자 적어봅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NHN과 첫눈이라는 두 회사의 이슈가 아니라 닷컴 서비스의 해외진출이라는 큰 흐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지도 모르는 도전을 하는데, 적극적인 성원을 부탁드립니다"고 부탁했다.
기자는 이 대목에서 장 사장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첫눈을 선봉에 세워 국내 시장의 생태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중소 닷컴의 기대는 첫눈이라는 존재를 영웅적으로 만들어 줄수는 있겠지만, 사실 한 업종의 생태계 변화는 일개 기업이 책임질 수 없고, 그것이 한 기업의 의무가 돼서도 안된다. 생태계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업계 전체가 풀어야 하는 것이고, 또 정부가 나서야 하는 사안이다. 생태계의 변화는 분명 중요한 문제지만, 그것이 첫눈의 숙제처럼 인식돼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오히려 기자는 첫눈이 구글이 아닌 네이버를 선택한 게 고마울 정도다.
장 사장은 "여전히 글로벌 컴퍼니(아마도 구글)에 들어가서 배워야할 것 같다는 보다 현실적인 마음도 있지만, 한 번 (네이버와) 힘을 합해서 도전해보기로 결단을 내렸고, 결단이 있다면 행동해야지요"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구글과 합쳐 국내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 등과 전투를 벌이는 대신, 네이버와 합쳐 세계 시장에서 (구글과) 싸워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우리 IT 업계, 특히 휴대폰과 게임 분야에서는, 촉망받던 기업이 해외 업체에 M&A된 뒤 그것이 국내 시장에 부메랑 효과를 가져온 경우가 적잖다.
첫눈 또한 일단 M&A를 결정하였고, 만약 그 인수주체가 구글이었다면,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점에서는 첫눈 못지 않게 NHN도 휴대폰과 게임 분야를 타산지석으로 삼은 듯하다. 아직은 작은 기업이라고 우습게 보지 않고, 그 힘을 결합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웃한 업종인 게임 분야에서는 그런 결단이 없어 부메랑 효과를 맞아야만 했다.
그래서 이번 M&A는 또 다른 의미에 있어서 상생(相生)인 것이다.
상생은 아마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략일 것이다. 첫눈은, '중소 인터넷 콘텐츠 닷컴의 우산이었어야 한다'는 지나친 부담감만 버리면, 국내 시장에서는 싸우지 않고 이긴 셈이며, 이제 글로벌 전쟁터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첫눈에 기댔던 중소 인터넷 콘텐츠 닷컴의 비원도 분명한 현실임을 업계와 정부 모두 다시금 인식해야 한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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