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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대-소기업 상생' 의지있나?


 

"반도체 장비를 제공했던 대기업이,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를 키우려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 회사 근로자와 노하우를, 협박까지 해가며 빼앗아 간 것은 물론이다."(대구 ㅊ사)

"대기업에서 분사한 회사다. 그룹 정보기술(IT) 네트워크를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조건으로 퇴직금을 받지 않고 회사를 차렸다. 3년만에 회사가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두게 되자, 업무 계약을 해지하고 직원들을 데려가 새 회사를 만들었다. 법정 소송은 증거 불충분으로 패소했고,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서울 ㅋ사)

노무현 대통령이 올 신년사에서 양극화 해소를 화두로 제시하며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한지 3개월여. 정부 부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대기업의 횡포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신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상장회사든 장외회사든 할 것 없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국내는 물론 외국계 기업의 입김에 시달리고 있는데, 정부는 겉치레 전시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까지 국내 중소기업 '죽이기' 나서

액정표시장치(LCD) 부품을 만드는 한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대기업들이 납품업체의 영업이익률까지 일정 비율로 통제하기 때문에, 일부로 이익을 줄여 밝히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이 뿐만 아니라 한 업체가 독점적인 기술력을 확보해 성장해 나갈 경우, 대기업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해당 업체의 기술력을 빼내 다른 회사에 알려주고 경쟁을 유발하는 일도 있다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납품을 위해 대기업의 횡포에 쉬쉬하는 한편, 기자들에겐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요청하고 있는 상태.

상장기업이 이 정도면 장외업체들에 대한 대기업의 강압은 훨씬 심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외국계 기업까지 국내에서 버젓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가고, 불공정 거래를 저지르고 있는 게 실상.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F사가 최근 대·중소기업상생협회(회장 조성구)를 찾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의 국내지사에 장비를 납품하던 중 이 회사가 우리의 기술을 빼내 새 회사를 차렸다"며 "외국계 회사의 관계자들은 새 회사 기술고문으로 자리를 옮기는가 하면, 해외법인으로 승진해 나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협회에 소송까지 의뢰한 이 회사의 주장은 외국계 기업이 국내 중소기업을 죽이는 것은 물론 기술까지 해외로 유출시키고 있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정부부처·국회 '상생' 외치지만...

최근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 등 정부기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3일에는 정세균 산자부 장관이 대기업 사장들과 전력·전기 분야의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정부가 150억원, 대기업들이 114억원을 투자조합에 출자를 함으로써 이 분야 중소기업들에 투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산자부는 올 1천억원 규모의 대-중소기업 협력자금을 융자, 지원하는 한편 대기업의 휴면특허를 중소기업에 이전시키는 사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기청은 대·중소기업협력재단과 함께 다음달 7~8일 서울 코엑스에서 국내 대기업 및 해외 바이어, 우수 중소기업들을 불러 모아 납품 및 투자상담을 벌이는 박람회를 개최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도모하는 정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듯 보이나, 정작 대기업의 횡포를 막고 불공정 거래를 근절시킬 수 있는 직접적 조치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2004년 말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 및 기업간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의 경우 매년 중소기업을 위해 쓰여야 할 정부예산 20억원씩을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불공정 거래로 인한 중소기업의 고충을 처리할 이렇다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 기관의 이사장은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이 맡고 있다.

국회도 마찬가지. 대기업의 압박에 의한 중소기업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3일 열린우리당 박명광 의원 등 13명이 발의한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원사업자가 어음대체제도를 통해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 60일 초과 부분에 대해 수급사업자에 할인료를 지급한다'는 등 기본적인 개선점 3가지를 담는데 그쳤다.

이어 지난달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하도급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토론에 참석한 이들은 ▲대기업의 기술·영업비밀 제출 금지 ▲서면교부 및 서류보존 의무화 ▲반복되는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가중처벌 ▲불평등 계약 및 이면조약 금지 ▲중소기업의 교섭력 강화수단 마련 등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방지할 수 있는 이같은 기본적 조치들이 법안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24일에는 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대·중소기업상생협력회의가 개최된다. 지난해 두 차례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주요그룹 대표와 경제 5단체장, 중소기업 대표 등이 참석한다.

중소기업의 상처를 치유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전시행사로 끝난 지난해 회의들과 달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를 해결할 대책을 논의할지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대·중소기업상생협력회의의 부당함을 비판하며 1인 시위에 나섰던 조성구 대·중소기업상생협회 회장은 "이번 회의에 참가를 요청하는 공문을 청와대에 발송했다"며 "진정한 상생을 위해 대통령이 쓴 소리를 두려워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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