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국내 인터넷 시장의 화두로 '웹2.0'이 떠오르고 있지만, 미국과 달리 국내 포털 서비스 기업들은 도입하는데 속도를 조절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네이버가 처음으로 자사의 검색결과 및 검색서비스의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s)를 전격 공개했고, 다음커뮤니케이션도 5월 중 신지식·블로그·디앤샵API 등의 공개 API를 발표하고 개발자 지원 사이트도 오픈할 계획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 역시 이르면 상반기 중 네이트닷컴과 싸이월드를 통해 공개API를 선보일 예정.
이같은 국내 포털들의 움직임은 '웹2.0'이 검색 등 인터넷서비스의 질을 높여주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게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웹2.0'에 대한 시각과 집중도는 미국의 야후나 구글에 비해 뒤져 있거나 한계적이다.
국내 포털들은 전면도입보다는 단계적인 도입을, 핵심기술 업체 인수보다는 자체 서비스에 관심있다.
전문가들은 '웹2.0'에 대한 국내 포털들의 속도조절 움직임은 수익구조나 한국 자본시장의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내 웹2.0, 아직 걸음마 수준...키워드광고에 장애
'웹2.0'이란 '플랫폼으로서의 웹'을 지향하면서, 공유와 집단지성을 기본정신으로 하고 있다.
네티즌입장에서는 태터툴즈 브라우저같은 설치형 블로그에서도 특정 포털(다음, 네이버 등)의 블로그에 글을 올릴 수 있고, 이를 꼬리표(태그)를 통해 어느 사이트에서나 자유롭게 검색하고 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DB나 결제시스템을 갖추지 않아도 여러회사의 공개된 웹2.0 플랫폼에 의거해 사업할 수 있다.
예를들어 ABC.COM이라는 쇼핑몰을 하고 싶다면, 웹2.0에 기반해 아마존의 DB와 내부결제기능, 플리커의 사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때 네티즌은 ABC.COM의 사이트에서 물건을 산 셈이지만, 결과적으로 ABC.COM은 아마존의 리셀러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ABC.COM을 준비하는 사업자는 예전에 1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면 수개월만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오픈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웹2.0'에서는 ▲ 특정한 문서나 이미지에 꼬리표를 달아서 그 문서를 설명하는 태그(tag)나 ▲ 다수 사람들이 서비스를 융합해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전략(매쉬업 mashup)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포털들은 웹2.0을 위해 API를 일부 공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박태웅 엠파스 부사장은 이와관련 "웹2.0은 검색서비스의 질을 높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웹검색의 한국적인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검색은 구글과 달리 포털사업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토픽중심으로 돼 있어, 한국인들은 얼마나 많은 인터넷 콘텐츠를 활용하느냐 보다는 정제된 검색결과에 만족해 왔다는 말이다.
네이버의 검색페이지는 1억8천만페이지이고 열린검색을 하는 엠파스의 페이지는 6억5천만 페이지인데, 사용자들 대부분은 네이버 검색으로 만족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네이버의 지식인검색 같은 것은 직접 사용자가 올린 데이터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열린 인터넷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지만, 엠파스가 지난 해 선보인 열린검색을 포털들이 전격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사 검색창에서 다른 회사 페이지를 보여줘 넘어가면 그만큼 트래픽이 줄고 이는 현재의 수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키워드 검색 광고'로 수익모델을 삼고있는 한국 포털의 특성상 전면적인 개방과 공유를 철학으로 하는 '웹2.0'을 단번에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열악한 한국 자본 시장도 영향...M&A외에 새로운 가능성 보여줘야
'웹2.0'이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로 자리잡기 어려운 이유는 한국 자본시장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야후, 구글 등이 300~500억원을 주고 최근 1~2년 사이에 웹 2.0 개념에 가까이 다가가 있는 업체들을 경쟁적으로 인수했다.
야후는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 제조업체인 콘파뷸레이터와 사진 공유 서비스업체인 플리커를 인수했다.
구글 역시 블로그 서비스업체인 블로거를 비롯 사진 공유 회사인 피카사, 지도 회사인 키홀 등을 인수하면서 웹 2.0 서비스를 확장해 나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다.
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웹2.0이 오픈API를 통해 제3의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DB를 통한 외연을 넓히고, 검색의 결과뿐 아니라 실시간 관심의 흐름에 대한 유용한 데이터를 제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하지만, 국내에서 웹2.0의 철학과 노하우를 사업화한 기업은 아직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는 국내 포털들이 외부 업체 인수에 대해 성과를 평가하기 시작했고, 한국의 자본시장이 미국과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웹2.0'의 신기술 업체가 출현하면 보통 1년안에 성패가 판가름난다.
10명도 안되는 기업이 새로운 아이템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구글이나 야후가 이 기업을 인수해 노하우가 업그레이드되거나 기존 사업과 융합돼 완성되는 것.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와는 다른 모습이어서, '웹2.0' 으로 돈을 벌려면 새로운 기업 전략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아 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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