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방송이 '현대방송'의 영문 약자라고?"
2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위원회가 주최한 '지상파 디지털방송 조기정착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석원혁 MBC 뉴미디어팀장은 디지털TV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지도가 얼마나 낮은지를 지적하며 이 같은 사례를 들었다.
디지털TV 시대가 활짝 열렸다지만, 우리집 TV에서 디지털 방송이 나오는지 아닌지를 아는 시청자는 많지 않다.
값비싼 LCD TV만 사면 디지털 방송이 나오는 줄 알거나 셋톱박스를 구입해야 하는 디지털TV를 구입한 뒤 디지털 방송이 나온다고 철썩같이 믿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오는 2010년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할 예정이지만, 이 또한 '금시초문'인 시청자도 없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10년 디지털TV 보급률을 95%까지 끌어올리고, 95%가 달성되면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키로 결정한 바 있다.
현재 전체 가구가 보유한 디지털TV가 14%니, 5%에 불과하다느니 하는 디지털TV 보급률이 발표되고 있지만, 정책결정 뒤 '아날로그 방송 중단'까지 절반의 시점이 지난 지금까지 10% 안팎의 보급률이라면 발등에 떨어진 불도 보통 불이 아닌 셈이다.
이날 토론회에 나선 전문가들 가운데서도 2010년 디지털TV 보급률이 9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를 운용하고 있는 방송위원회 관계자가 2010년 최대 90% 가량 보급될 것으로 기대했을 뿐, 나머지 전문가들은 보급률 90%조차 기대하지 않았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의 부재와 홍보부족을 질타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7월 '미국식이냐, 유럽식이냐'를 놓고 입씨름 끝에 미국식 방식을 채택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그 뒤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올해 3월 다섯번째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가 결성돼 활동에 나설 예정이지만 KBS 정책기획센터 박인규 팀장의 "지난 4기까지의 디추위를 보면 보고서만 작성할 줄 알았지, 구체적인 실행력이 없다"는 목소리에선 '디추위'에 대한 신뢰를 찾기 힘들다.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장은 "시청자들에 대한 홍보와 정보부재가 디지털 전환의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라며 "지상파 방송의 메인뉴스를 통해 '디지털전환 00일 전'이라는 자막방송이라도 해 시청자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회를 지켜보며 왜 이제서야 이런 논의의 장이 마련된 것인지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지상파방송의 디지털화에 대한 논의는 방송통신 융합 과정에서 산업적으로나 소비자 효용 측면으로나 가장 파괴력이 큰 서비스지만 실제로는 논의에서 등한시돼 온 것이다.
MBC 석원혁 뉴미디어팀장은 "2004년도 말에나 열렸어야 할 토론회이며, 작년에 구체적인 디지털TV 정책 방안이 나와 줬으면 우리의 디지털 전환도 결코 뒤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정책은 만들어놓기만 하면 저절로 굴러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제 5기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가 잊지 말기를 기대해본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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