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수질관리' 후퇴하나...일부규정 완화에 의견 '분분'

최근 코스닥 기업의 분식회계나 주가조작 등 문제가 늘면서 퇴출규정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증권선물거래소가 분식회계 등 문제기업의 관리종목 지정 등 일부 퇴출규정을 완화,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퇴출규정 완화가 오히려 코스닥 관리강화 의지의 후퇴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는 것.

◆퇴출 강화한다더니 규정완화

증권선물거래소는 최근 분식회계 기업에 대한 관리종목 지정 폐지 등을 골자로한 상장규정개정안을 마련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그간 분식회계 문제가 드러난 기업에 대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던 규정이 없어졌다.

아울러 과거 즉시퇴출 사유였던 감사의견(거절 등) 경우도 그 사유가 '계속기업 불확실성' 일 경우는 바로 퇴출시키지 않고 반기말까지 이를 유예하기로 했다.

사실상 일부 퇴출규정이 완화된 셈이다.

이는 최근들어 유명기업의 주가조작과 분식회계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문제기업의 조기퇴출 등 코스닥의 관리감독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더욱이 증권선물거래소는 올초 상장규정 개정을 통해 문제기업의 조기퇴출 등 퇴출규정을 강화하고 코스닥 수질관리 등의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후속 조치가 이같은 방침의 후퇴가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코스닥 활황에 '찬물'튈라...잠자는 규정

코스닥의 분식회계나 주가조작은 사실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과거 벤처버블 붕괴 이후에도 코스닥 기업의 주가조작이나 분식 등은 코스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다.

이탓에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통해 기업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대신 문제기업 '솎아내기'를 통해 건전한 시장을 도모한다는게 정부나 증권선물거래소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정작 관련 규정은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 실제 올초 상장규정 개정을 통해 증권선물거래소는 분식회계나 시세조종 등 문제기업에 대한 퇴출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퇴출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가까운 사례로 터보테크나 로커스와 같이 코스닥 대표기업이면서 대규모 분식회계가 터진 경우에도 증권선물거래소는 이의 적용을 유보했다.

분식회계 규모가 '기업의 존속을 어렵게 하는 심각한 수준이냐' 등 퇴출여부를 결정할 판단기준이 애매한 탓이다. 로커스와 같이 자본전액이 잠식된 상태라도 이같은 규정대신 기존의 '자본잠식'기준에 따라 퇴출이 결정될 예정이다.

이외 올초 강화된 자본잠식(50%이상. 유예 6개월 단축)이나 시가총액 미달(20억원) 등 규정으로 퇴출된 사례는 이지클럽 등 일부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는 모처럼 활황장세를 보이고 있는 코스닥의 분위기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의 벤처 및 코스닥활성화 정책으로 증시가 몇년만에 활황세를 보이면서 퇴출보다 신규상장 등에 무게가 실린 감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올들어 코스닥 상장요건 완화로 상장기업이 급증한 것과 달리 퇴출기업은 규정 강화에도 오히려 줄었다.

11월말 현재 신규 상장기업(공모청약 기준)은 56사로 이미 지난해 연간수준 46건을 웃돌았지만 퇴출기업은 사업보고서 제출 이전임을 감안하더라도 전년 40개사와 달리 32개사(자진폐지 제외)에 그치고 있는 것.

◆후퇴 아니다..."내년엔 더욱 강화"

그러나 증권선물거래소는 일부 규정 완화가 기존의 퇴출강화 방침과는 별개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2006년에는 더욱 강화된 규정으로 코스닥의 수질관리에 나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분식회계 기업에 대한 관리종목 지정 폐지 등은 이미 대주주가 바뀌는 등 기업상황이 바뀌었는데도 과거 분식문제로 시장조치를 하는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라며 "이번 일부 규정 완화를 문제기업의 퇴출강화 조치 등의 후퇴로 봐서는 곤란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2006년에는 퇴출규정을 추가로 강화하는 등 코스닥의 부실 또는 문제기업이 조기 퇴출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할 계획이라는 게 거래소측 설명.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이미 내년 사업계획 등을 통해 부실기업을 조기퇴출 할 수 있는 추가방안을 검토중에 있다"며 "정부측 협의 등 후속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관련 규정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증권선물거래소는 대부분의 퇴출기준이 매 연도말 사업보고서인 점을 감안, 반기기준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이다.

현행 온기기준 관련 규정 등이 반기기준으로 대폭 강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조기 퇴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증권선물거래소가 얼마나 강화된 규정을 마련, 이를 적극 활용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