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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미] 우리가 저작권법 개정안 앞에 떨어야 하는 이유


 

"불법복제를 시도하셨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범죄자입니다. 아! 성공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시도만 해도 처벌할 수 있거든요."

이 으스스한 카피는 미 법무부가 추진중인 '초강력 저작권 보호 법안'의 골자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C넷 등 외신들은 알베르토 곤잘레스 미 법무부 장관이 미 상공회의소의 '저작권 보호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술 진화를 고려, 보다 강력하게 저작권을 보호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불법복제의 결과를 떠나 곁눈질을 했던 미수 행위만으로도 해당자를 처벌할 수 있다.

여기에 저작권 위반 조사 담당자들에게는 불법복제자가 해적행위를 통해 얻은 수익을 몰수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부여된다. 미래를 예측해 아직 일어나지 않은 범행의 범죄자들을 미리 잡아들이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물론, 이는 '법안'이다.

미국내에서도 '저작권 왕국'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엄청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 법안에 대해 미 의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역시 미지수다.

그러나 남 얘기로 여겼던 이 저작권 왕국 출범이 2005년 12월 현재 대한민국에는 '실감나는' 현실로 다가와 있다.

2005년 12월 6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는 5일 법안소위를 거쳐 올라온 열린우리당 이광철 의원의 저작권법 개정안과 함께 비친고죄 도입 규정을 포함해 발의 당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의 저작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시민단체들이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으로 지적하는 내용은 크게 4가지다.

가장 큰 논란의 대상은 권리자 고소 없이도 저작권 위반자의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부분적 비친고죄 도입을 규정한 우상호 의원안 제102조.

만약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 법안이 발효된다면, 송사 그칠 날 없는 콘텐츠업계의 저작권 전쟁에 불을 댕길 것이 자명하다. 이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著파라치'의 창궐은 예정된 수순으로 점쳐진다.

문화부 장관, 시도지사 등에게 불법 복제물 수거, 폐기 및 과태료 부과 권한을 부여한다는 내용의 우상호 의원안 제97조의5 및 제104조 신설도 우려를 낳고 있다.

인터넷 업체들은 이에 대해 "사실상의 검열 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게 저작물 불법 유통 방지를 위해 기술적 보호조치를 의무화 한 우상호 의원안 제77조 3의 내용도, 사업자들의 현실을 도외시한 '균형감각을 잃은 조항'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광철 의원안 중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복제, 전송의 중단요구가 있을 때 즉시 저작물 복제, 전송을 중단해야 한다고 규정한 제102조 역시 권리구제를 요청한 자의 권리 보유 여부 확인 의무가 있는 서비스사업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내용이라는 반발에 직면해있다.

저작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대명제는 우리 모두 이미 공감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회가 세상빛을 본지 불과 300년 남짓의 저작권법 조문에 규제 강화를 위한 조항을 삽입하는 일 이전에 반드시 점검해 봐야 할 것은, 저작권법이 담은 기본 정신일 것이다.

대한민국 저작권법 제1조는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 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권리보호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권리보호와 공정이용을 통한 문화의 꽃을 피우는 데 저작권 법의 존재 목적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콘텐츠산업 트라이앵글의 세 각을 이루고 있는 권리자, 이용자, 서비스 사업자 중 권리자, 그것도 저작자보다는 창작물을 가공, 유통시키고 있는 저작인접권자들의 권익 보호에 지나치게 기운 느낌을 주는 현 저작권법 개정안은 법률의 본래 정신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는 셈이다.

규제는 권리를 강화할 수는 있어도 확산시킬 수는 없다.

향유되지 않는 문화콘텐츠는 시장에서 박제되고 말 일이다.

지금, 우리는 혹시 균형감각 잃은 저작권법 담론을 논하는 동안 산업 자체를 부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싸늘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법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고민없이 "당연히! 통과"에 한 표를 더해줬던 의원이 계시다면, 이 얘기에 귀 기울여 주시길.

지금 우리를 떨게만드는 이 '거룩한 저작권법'의 태생은, 본디 1700년대 영국에서 시장 독점을 원했던 서적상들에 의해 다른 사람들이 책을 찍어내는 것을 규제하는 권리가 창시되면서 처음 세상 빛을 본, 그러니 딱히 '거룩한 뜻을 담은' 법안은 아니었다는 것을.

거룩한 한 마디를 더 보태볼까.

우리의 저작권법이 보다 겸손해져야 할 너무나 마땅한 이유?

고대 히브리 성경이 말하듯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증기선 윌리'를 베껴 대박을 낸 '미키마우스'처럼 우리의 창작물은 이미 선배들이, 선조들이, 누군가가 제공한 콘텐츠에서 영감과 코드를 발췌한, '문어발식 저작권 위반 창작물'일 수 있지 않겠는가.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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