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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극단의 왕국'과 불확실성


[아이뉴스24 이균성 기자] LG경영연구원은 ‘2025년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불확실성 탓에 전망 자체가 의미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아이뉴스24는 지난해 12월 23일 LG경영연구원의 이런 결정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국내 주요 민간 경제경영연구소가 이런 판단을 했다면 2025년을 가히 ‘전망 불가의 해’로 여길만했기 때문이다. 전망이 불가하다면 눈을 감고 길을 걸어야만 할 것이다.

전망(展望)은 사실 적중할 때보다 맞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전망이 적중하려면, 수많은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따져야 할 텐데, 크고 작은 변수가 너무 많고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망이 필요한 까닭은 그것이 계획과 행동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업 계획에서 전망이 빠져 있다면 그것은 주먹구구와 다를 바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전 서부지법 외벽과 창문 등 시설물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전 서부지법 외벽과 창문 등 시설물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사진=연합뉴스]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라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세상은 과거 데이터가 그대로 적용되는 ‘평범의 왕국’이 아니라 느닷없이 ‘블랙스완’이 출현해 질서를 흔들어 버리는 ‘극단의 왕국’이라는 게 그의 세계관이다. 위험한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곳이 이 세상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불확실성을 키우는 건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착각하며 만든 지식들이다. 전망도 그중 하나.

그가 보기에 많은 전망은 엉터리다. 전망은 이미 알려진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데, 미래를 바꾸는 건 알려지지 않은 어떤 것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엉터리 전망들은 쌓이고 꼬여 모순을 심화시킨다. 모순이 커지면 변해야 할 상태가 된다. 어디선가 알려지지 않는 어떤 것, 즉 블랙스완이 나타나 그 상태를 흔들어버린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확실성이 아니라 불확실성이라는 말이다.

세상은 어쩌면 그의 말처럼 ‘평범의 왕국’과 ‘극단의 왕국’이 혼재된 모습이다. 일상적으로 ‘평범의 왕국’이 지배하지만 가끔 ‘극단의 왕국’이 나타나 기존 질서를 크게 바꾸는 것이다. 문제는 질서를 바꾸게 하는 그게 무엇인지를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알 수 없으니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 탈레브의 세계관은 꽤 타당하지만, 보통의 사람은 블랙스완을 미리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절망케 된다.

블랙스완은 다양한 영역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출현하지만 파괴력 큰 두 종류가 주목된다. 하나는 과학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폭력이다. 과학기술은 ‘창조적 파괴’라고도 부르는 혁신의 기반이다. 이 혁신에는 퇴보가 없다. 끝없는 진보만 있을 뿐이다. 인터넷 모바일 전기차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그 사례다. 이런 기술이 시장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며 진보한다.

폭력은 과학기술과 달리 ‘반(反)창조적 파괴’다. 반창조적이라 한 까닭은 이 파괴의 경우 적어도 상당한 퇴보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이념과 종교와 정치가 유발한 대규모 폭력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게 전쟁이다. LG경제연구원이 2025년 거시경제 전망을 조심스러워했던 까닭은 아마 미국과 한국에서 나타난 정치 현상 때문일 거다. 미국의 트럼프 당선과 한국의 계엄 및 탄핵 사태 말이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국내 화두는 불확실성이었다. 누가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고도 불확실성이 걷힌 것 같지 않다. 산업별 유불리는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듯하지만 모든 나라 모든 기업이 여전히 그의 입을 쳐다보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의 힘이 워낙 크고 변덕 또한 적지 않아 그가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가 엄청나게 요동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입은 그래서 많은 나라와 기업에는 ‘조용한 폭력’이다. 트럼프 입이 ‘조용한 폭력’이라면 계엄 내란은 ‘노골적 폭력’이다. 무력까지 동원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경제학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고, 느닷없이 발생한 그 일의 파장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 자체가 헛될 수밖에 없다. 내란 수괴 지시로 계엄군이 국회와 선관위를 짓밟고 그 추종자들이 법원까지 까부술 줄 누가 알았겠나.

기업들도 신년사를 통해 이러한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대책도 제시했다. 기업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인공지능 등 기술혁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다짐이 많았다. 달리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사실은 그것만이 ‘극단의 왕국’을 건널 유일한 다리이기도 하다.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고 살아남으려면 기술혁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으로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

/이균성 기자(sere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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