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시지·햄·라면 같은 상품의 경우 저소득층이 사는 싼 브랜드의 물가가 고소득층이 사는 고가 브랜드의 물가보다 더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싸다+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하위 20% 저소득층의 실효 물가 누적 상승률은 13%로 집계됐다. 이는 상위 20% 고소득층(11.7%)보다 1.3%p(포인트) 높다.
한은은 "우리나라도 주요 10개국처럼 가계 소득 계층 간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심화하는 칩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 저소득층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칩플레이션은 싼 제품의 가격이 비싼 제품의 가격보다 더 많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그동안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공식 소비자 물가 지수(CPI)와 체감 물가(실효 물가)가 다르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은은 "현재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대 중반(1.5%)으로 낮아져 물가가 안정돼 가고 있지만, 팬데믹 이후 누적 물가 상승률이 15% 내외로 높아져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저가 상품의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수입 원재료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싼 제품들은 투입 비용을 아끼기 위해 국내 원자재보다는 수입 원자재를 쓰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공급 병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원자재 가격이 올라 저가 상품 가격도 올랐다.
저가 상품에 수요가 몰리면서 판매점들도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한은에 따르면 1분위(저가) 매출액 비중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4분위(고가) 매출액 비중이 같은 기간 계속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은은 팬데믹 이후 물가를 낮추는 통화 긴축(금리 인상) 정책이 인플레이션 불평등을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2023년부터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물가 시기에는 통화 긴축 정책으로 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저가 상품 가격 안정에 집중한다면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이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공급 충격을 줄이기 위한 할당 관세, 가격 급등 품목에 할인 지원을 할 때도 중·저가 상품에 선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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