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2일 결국 의원직을 상실했다. 사실상 탄핵 정국에서 조기에 퇴장하면서 혁신당의 영향력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혁신당은 당대표 궐위에도 '단일대오'를 지킬 방침이다. 타 정당과 달리 '믿음의 고리'가 단단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이날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대표에게 징역 2년과 600만원의 추징 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대표는 공직선거법과 국회법 등에 따라 향후 5년간 피선거권도 잃었다.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 사태가 현실화 된 것이다.
조국 "잠시 여러분 곁을 떠날 뿐"
그동안 당내에선 '파기환송'을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이미 1·2심에서 유죄가 나온 만큼 '최악의 상황'을 예측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형이 확정되자 혁신당 내부에선 여러 감정이 분출됐다. 김재원 의원을 비롯해 일부 의원들은 조 대표와 마지막으로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고, 다른 의원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위로했다.
조 대표는 이날 실형 확정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대법원 판단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예상한 상황인 만큼 "잠시 여러분 곁을 떠날 뿐"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혁신당의 지속가능성'을 설명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저는 잠깐 멈추지만, 이는 결코 혁신당의 후퇴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혁신당은 허술한 정당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창당 때부터 비판과 조롱이 있었지만, 모두 견뎌온 탄탄한 당이자 당원 16만명과 지지자 690만명의 마음이 금강석처럼 단단하기 때문"이라며 "혁신당은 초심과 지향 그대로 굳건한 발걸음으로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민 권한대행 "尹 탄핵의 길에 큰 물결로 동참"
당내 의원들도 조 대표의 의지를 들어 조 대표 복귀까지 '단일대오'를 세우겠다는 점을 다짐했다.
당대표 권한대행이 된 김선민 수석최고위원은 조 대표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당헌 당규에 근거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당을 운영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길에 큰 물결로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왕진 정책위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이 부조리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 대한민국 정의는 사라졌다"면서도 "혁신당은 굳건히 버틸 것이고, '동지' 조국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정춘생 원내수석부대표도 "혁신당 모든 구성원은 끝까지 조국과 함께 할 것"이라며 "몸은 잠시 떨어져 있어도 조국의 가치와 정신은 늘 우리 곁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규근 의원도 "조 대표는 더욱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다.
정치권,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 관측
정치권에선 당내 최대 스피커인 조 대표를 잃은 혁신당이 영향력이 급감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야권 대권주자로서 혁신당의 모든 홍보 영역 전면에 나서며 구심점 역할을 했다. 신당이라는 불확실성을 조 대표의 인지도를 통해 안정화시켜 온 만큼, 향후 '대통령 탄핵' 현실화에 따른 대선 정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내 유일한 대선 후보로 조 대표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타 후보를 내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난 4·10 총선 당시 민주당과 협력 관계를 강조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비례대표는 혁신당)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에 정치권에선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혁신당은 정치권의 관측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타 정당과 달리 '조국'이라는 인물과 당내 인사 간 신뢰성이 두터운 만큼 '단일대오'는 깨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조 대표 복귀 시나리오까지 세우고 있는 만큼, 혁신당의 '지속 가능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조 대표는 수감 전 '신변 정리' 기간 동안 정치적인 활동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권한대행인 김 수석 최고위원과 소속 의원들이 조명받길 원했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부재가 확정된 만큼 당내 '스피커'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조 대표는 많은 얘기를 하면 권한대행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생각에 발언을 조심하는 분위기"라면서 "이제 남은 것은 우리가 어떤 식으로 헤쳐 나가야 하는지 찾아야 한다"고 했다.
혁신당 "조기 대선 후 6개월이면 복귀"
당내에선 당대표 궐위로 혁신당이 와해될 것이라는 관측을 반박했다. 조 대표를 신뢰하는 배경을 정치권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선 관계자는 "우리는 조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사람들"이라면서 "지난 총선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조기 종식', '사회권 선진국 토대 마련' 등 짧은 기간이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통해 강한 결속력이 맺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총선 당시 혁신당이 1~2석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에도 우리는 690만명의 지지를 얻어 12석 정당을 만들어 냈다"며 "약속한 대로 대통령 탄핵 현실화를 만들어 내는 등 이 성공 경험과 우리의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조 대표 실형 확정을 통해 '사법리스크'가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그는 "조 대표가 부재 상황이 됐지만, 역설적으로 보면 혁신당의 가장 취약한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것"이라며 "우리는 조 대표 부재에도 흔들릴 일이 없고, 당초 흔들릴 사람들 같았으면 혁신당이라는 배에 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혁신당의 '지속 가능성' 자신감은 향후 대통령 '사면·복권' 기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대선 정국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후보가 선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진보 진영 대통령이 조 대표를 사면·복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조 대표가 2년형이 확정됐어도 2년형을 모두 살지 않을 것 같다"며 "탄핵이 이뤄지고 조기 대선이 이뤄지면 다음 대통령은 사회 통합 차원에서 사면·복권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는 길어야 6개월 정도 형을 살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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