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일반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일반주주 이익 보호로 돌아섰다. 상법 개정을 위한 합의 도출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8일 이복현 원장은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주주 보호 원칙을 두는 게 상법을 개정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입장을 번복한 걸 의식하듯 "수십 차례에 걸쳐 전문가 간담회와 투자자와의 대화를 지금까지 계속했다"며 "(논의해 온) 그런 문제의식을 지금 제가 드리는 말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무엇보다 상법 개정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이 길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경제 상황이 엄중하고 이해관계자 합의 도출이 어려운 만큼, 논쟁하기보다 맞춤형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자본시장과의 관련성이 상당히 낮은 100만개가 넘는 비상장 기업 모두에 상법 개정안을 적용하는 게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은 각각 2464개, 102만8496개다. 비상장법인이 상장법인 수보다 417배 많다.
또 이 원장은 "기업이 주주권을 대표할 수 있는 이사들을 선임할 때 주주들과 대화하는 게 낫지, 법으로 강제하고 억지로 하는 식으로 과연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지 부정적"이라며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면 자연스럽게 이사 면책도 보장되기에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지원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당 대표도 이 주제를 외면하지 말고 직접 챙겨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면 구체적인 절차 의무가 생겨 거래 적법성과 이사 면책 여부를 판단하기 쉽다. 반면 상법을 개정하면 법원이 판단하기까지 이를 사전에 예측하거나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법을 개정하면 상장 여부와 상관없이 법인의 모든 거래에 적용되다 보니, 기업 경영이 위축되고 이사 부담이 상당히 커질 우려가 있다. 특히 이사의 면책 여부가 불분명하다.
또 이번 논의가 기업 합병에서 발단된 만큼, 자본시장법 개정 범위를 상장법인의 합병과 같은 자본거래에 한정할 계획이다.
그간 이 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상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올해 6월 12일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정책 세미나에서 "다수 시장 참여자가 국내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로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지적해 왔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와 주주의 이익 보호'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병환 위원장도 이달 24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회사 경영과 자본시장에 미칠 부작용이 크다"면서 상법 개정을 반대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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