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국민의힘이 10.16 재·보궐선거 결과 열세 지역인 호남을 제외한 부산 금정·인천 강화에서 승리했다. 취임 후 첫 시험대에 올랐던 한동훈 대표는 여권 내 악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는 향후 본격적으로 대통령실을 향해 쇄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100% 완료된 시점에서 인천 강화군수와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는 국민의힘 박용철·윤일현 후보, 전남 곡성군수와 영광군수는 더불어민주당 조상래·장세일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최대 격전 지역은 부산 금정이었다. PK(부산·경남) 지역은 보수 강세 지역이지만, TK(대구·경북)에 비해 '인물론'이나 '정권심판론'이 보다 잘 먹히는 지역이 부산 금정으로 지목돼 왔다.
재보선을 전후로 여권에서 김건희 여사·명태균발 각종 잡음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던 만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자칫하면 금정을 내줄 수도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기도 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선거 결과 발표 이전 "부산은 맹목적으로 보수를 지지하는 분들은 아니다보니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며 "악재들이 계속 나오고 하니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선거 직전 나온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밀리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주말에도 금정을 찾아 '종단 유세'를 벌였고, 선거 운동 마지막날인 15일에도 자정까지 윤일현 후보와 함께 금정 거리를 다녔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윤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인 김경지 후보를 비교적 큰 표 차로 누르며, 여당은 다시 한 번 PK의 힘을 재확인하게 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보수의 조직세가 정권심판론을 누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대표로서 우세지 사수에 성공한 한 대표 역시 '총선 패배 책임자'라는 족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여권에서는 한 대표가 부산을 야당에 넘겨줄 경우 총선에 이어 '2연속 선거 참패'인 만큼,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또 친윤(친윤석열)계가 한 대표에게 재보선에 참패 책임을 물어 그의 당권을 본격적으로 위협할 거라는 소위 '10월 축출설'도 정치권에선 공공연하게 나왔다.
재보선 선전으로 일단 지도체제를 다잡은 한 대표는 이를 매개로 '한남동 라인 쇄신' 등 용산을 향한 쓴소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개표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16일 밤 페이스북에 "국민의 뜻대로 정부여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족 의혹'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변수다. 다음주 초에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도 예정돼 있다. 한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대표가 독대에서 (여사 문제 등) 국민이 문제 삼는 모든 것들을 얘기할 것"이라며 "(대통령실이) 그냥 넘어간다면 이젠 대통령실이 더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용산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정권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한다면 한 대표의 쇄신 요구는 '공허한 외침'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여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게 윤 대통령"이라며 "한 대표의 목소리가 좀 커질 순 있겠지만, 임기가 반 이상 남은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공간을 열어주겠느냐"고 말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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