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한국은행(한은)이 3년 2개월(3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수요자의 금융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속에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된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로 기존(연 3.50%)보다 0.25%포인트(p) 낮췄다.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민간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 속에서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망설였던 이유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 과열 탓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또한 지난달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면서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1주(7일 기준)까지 누적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3.89%로 전국에서 가장 상승폭이 컸다.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서요자 선호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아파트값 상승이 이어졌다. 최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상승폭은 일부 줄었지만 상승세는 지난 3월 이후 29주 연속 상승했다.
금리 인하로 기존 금융 비용 부담에 시달렸던 일부 수요자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한국은행의 조치가 부동산 시장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며 시장에 풀리는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수 있지만 이미 고강도 대출 규제가 시행 중이고 연초부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된 탓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한때 연 2%대까지 낮아진 점, 강남 등 일부 핵심지역 아파트값이 신고가를 경신한 점을 볼 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가격이 상당 부분 선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 시점에선 금리 인하보다 대출 규제의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과 수도권은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들만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 급격한 가격 상승은 어렵다"면서 "지방에서는 수도권보다 대출 규제의 영향이 덜할 수 있으나 인구 감소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가 큰 변화를 일으키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빅데이터랩장 또한 "9월 미국 FOMC의 기준금리 빅컷(0.5%p 인하) 이후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선반영된 바 있고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움직임이 더해져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투자 목적 수요가 많아 대출 금리에 민감한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오피스텔 수익률은 5.38%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도 4.87%로 매달 수익률이 개선되고 있다. 대출 부담보다 전월세 등 수익이 매달 높아진 셈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기준금리가 연 3.2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금리 인하 효과 또한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로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이 개선되려면 이 정도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면서 "향후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움직임을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 또한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금융권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수준인 3.5% 이하로 낮아진다면 수익형 부동산의 임대 수익률 장점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면서도 "온라인 쇼핑 흐름 등 유통 트렌드 변화와 경기회복 저조로 큰 폭의 수요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동 인구와 젊은세대 유입이 많은 서울 일부 상권 위주의 제한적 유입 효과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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