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석포제련소에서 잇따라 발생한 안전사고와 환경오염 문제로 박영민 대표이사와 배상윤 소장이 구속되자 영풍 측이 안전과 환경 문제에 대한 쇄신을 약속했지만, 그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열악한 안전과 환경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으나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불투명해 그 의지를 의심케 하는 데다 최근에는 협력사 직원을 감축하면서 현장 근로자의 안전에 대한 불안만 더 커지고 있다.
영풍은 지난달 29일 박 대표이사와 배 석포제련소장가 구속되자 며칠 뒤(지난 4일)입장문을 발표하고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영풍 측은 이 입장문에서 "노후사업장으로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환경·안전보건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2019년부터 추진해 온 8000억원 규모의 환경개선혁신계획도 차질 없이 실행함으로써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환경친화적인 사업장으로 반드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동환경운동연합 한 관계자는 공장 내부의 안전 개선 여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서류상의 개선만으로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에도 유사한 사고가 있었고, 이번 사고 역시 같은 문제가 반복된 결과"라며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월급쟁이 대표가 아니라)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장형진 고문에 대한 고발서를 지난달 말 안동지청에 다시 제출했다"고 밝혔다.
영풍 측은 "안전 부분에 대해서는 사고 이후 5월에 고용노동부의 지도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고 성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예산도 대폭 증가시켰다"고 해명했다.
영풍 측은 특히 "환경친화사업장으로 만들기 위해 2021년부터 매년 약 1000억원씩 투자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사례로는 무방류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을 구축할 때 약 500억~600억 원이 들어갔고, 매년 100억원의 운영비가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사고 이후 가동률이 줄자 협력사 인력을 감축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근로자 사망사고와 환경오염 문제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지난 2022년 이후 환경청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 당국으로부터 35건의 제재를 받았다. 이에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은 2022년 81.3%에서 2023년 80%로 하락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58.4%로 급감했다. 그러자 최근 협력사 직원 감축하고 있다.
석포제련소의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생산량이 많이 줄어 본사에서 지시를 내리면서 협력사 인력을 조정했다"며 "지난 5월 31일 기준으로 협력사 직원 수를 150명 줄였다"고 밝혔다. 이어 "협력사 직원들을 줄이는 대신 기존 협력사 직원들을 촉탁으로 재고용하고 있으며, 현재 약 61명은 촉탁직으로 계속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인력이 줄면 근로자의 일은 늘고 현장 안전은 더 멀어진다"고 토로했다.
영풍 측은 이에 대해 "작년에 사고가 나면서 공장 가동을 줄이게 됐고, 협력업체의 일감도 감소했다"며 "이로 인해 협력업체 쪽에서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했던 것이지 본사가 직접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주로 65세 이상과 70세 이상의 고령자 위주로 인력을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포제련소의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그러나 "대표이사 구속으로 인해 안전 관련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앞으로 언젠가는) 투자가 진행되겠으나 현재로서는 뚜렷한 변화가 없는 상태고 현장에서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력사 직원들이 나이가 많아 안전에 취약한 상황이었으나, 협력사 대부분이 소자본이어서 안전 요원을 채용하기 어려운 실정인 만큼 영풍이 이들을 직원으로 편입시키고 안전 관리 체계를 정비하면 문제가 더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또한 회사 측에 적정 인원 배치와 안전 투자를 위한 예비비 사용을 통해 신속히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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