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 중인 두산그룹이 증권신고서를 수정해 다시 제출했다. 구조개편의 핵심 사안인 두산밥캣의 저평가 계산 방식과 합병 비율은 정정하지 않고 이번 합병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과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6일 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등 증권신고서에 관한 기재정정 공시를 제출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정정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두산로보틱스를 제외한 두산, 두산에너빌리티의 정정신고서는 금감원의 정정요구사항을 위주로 내용이 추가됐다. 두산로보틱스는 기존에 제출했던 증권신고서가 반려된 뒤 불거진 두산밥캣의 배임 관련 혐의 사실과 주식매수대금의 조달방법을 자진 정정했다.
특히 두산로보틱스는 증권신고서에서 지적돼 온 두산밥캣과의 분할합병 배경, 주주가치 제고, 수익가치 분석방법 등을 상세하게 기술했다.
분할합병 배경에 대해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밸류업을 이루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이 별도의 회사로 운영될 시 주주간 이해관계에 따라 시너지 창출이 제한적이고 상호 내부거래에 대한 주주간 이해 충돌 등의 문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곧바로 합병하지 않고 주식교환 방식을 거치는 이유에 대해선 "주식교환을 통해 실질적·경제적 결합을 이룬 뒤 합병을 통해 형식적 결합까지 완료하는 게 조직, 사업 안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과의 합병으로 북미·유럽 시장에서 고객 확보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두산밥캣은 로봇판매의 수요가 높은 제조 물류 시장에서 지게차 사업과 공동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향후 자율 주행 로봇과 자율 주행 무인 지게차 제품에도 공동 진출해 새로운 사업 기회의 창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번 두산 그룹의 구조개편에서 핵심 사안으로 지적됐던 합병비율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주식 교환 비율은 수정되지 않았다. 자본시장법 상의 합병가액 산정 방식을 어기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두산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하고 이를 소유하는 비상장법인을 만든 뒤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도록 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 두산로보틱스의 지분 100% 가치는 5조700억원에서 1조6100억원으로 쪼그라든다.
자본시장법상 상장사는 시가를 기준으로, 비상장법인은 본질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상장사인 두산밥캣이 신설회사로 들어가면, 신설회사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두산밥캣의 기업가치는 본질가치로 평가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기재한 내용이나 합병 근거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지 합병 비율에 대해서는 적합성 여부를 논하지 않는다"며 "자본시장법상 상장 법인의 합병 비율은 방법이 정해져 있으니 그것에 대해 논할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 변호사는 "정정신고서 내용이 이전보다 많이 보완됐지만, 실제적이거나 현실적인 내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회계학과 교수도 "사업적 시너지보다 재무적인 관점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지주사와 소액주주 사이에서 이해관계는 여전히 상충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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