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지구 평균기온은 계속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데 동태평양 수온은 내려가고 있어 기후과학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 이유가 어디 있는지 국내 연구팀이 알아냈다. 자연 변동성과 남극 오존홀의 변동이 원인으로 꼽혔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지구 평균온도가 빠르게 올랐던 지난 수십 년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오히려 감소했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대부분의 기후모델이 재현하지 못한 이 이례적 현상의 원인을 규명했다.
1979년부터 2014년까지 관측된 태평양의 수온을 보면, 적도를 중심으로 태평양 중앙과 동쪽에서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인접한 바다로 30여 년 동안 수온이 약 0.5도 낮아졌다.
지역에 따라 기후변화 영향이 다르고, 차가운 심층의 물이 표층으로 올라오는 용승 현상 때문에 적도 동태평양의 수온 상승이 서태평양보다 느릴 수 있는데 지구가열화에 반하는 수온 하강 경향성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
극지연구소 김성중 박사 연구팀과 미국 해양대기국, 부산대, 한양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대규모 기후변화 실험 결과를 분석하고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하강 경향의 주요 원인으로 자연 변동성을 지목했다.
자연에서 수십 년 주기로 나타나는 수온의 변화가 온실가스 증가의 영향을 상쇄할 만큼 컸다는 것이다. 자연변동성은 인간 활동과 직접적 관련성이 낮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시공간 규모의 해양과 대기의 변화를 말한다. 대표적 예로 엘니뇨(동태평양 해수 온도의 비이상적 상승)-라니냐(엘니뇨의 반대)현상을 들 수 있다.
연구팀은 자연변동성과 함께 기존 기후모델이 부정확했던 또 다른 이유로 남극 오존홀을 제시했다. 남극 성층권의 오존 농도가 감소하자 남극과 열대 태평양 사이에 위치한 고기압이 강해졌다. 열대 태평양의 무역풍이 덩달아 세지면서 동태평양의 수온 하강을 증폭하는 ‘양의 되먹임’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 자료를 보면 강력해진 무역풍이 바닷물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저위도에서 고위도 방향으로 이동시키면서 열대 동태평양의 용승 현상을 부추겨 동서 사이 해수면 온도차를 키웠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무역풍을 강화시키는 순환으로 이어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기후와 대기과학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 7월 24일자에 실렸다.
논문 1저자인 정의석 책임연구원은 “해수면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다른 냉각 효과들도 검토했는데 동태평양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공간적 변화양상과 그 변화폭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자연변동성과 남극 오존홀 효과였다”라며 기존 모델의 한계를 극복한 과정을 설명했다.
교신저자인 김성중 극지연구소 부소장은 "몬트리올 의정서 발효 이후 남극 오존홀이 줄어드는 상황을 고려하면, 열대 동태평양 냉각 효과는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리 삶 전반에 기후변화의 영향이 계속되는 만큼 대응과 예측을 위해 관련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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