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제도(CBAM) 시행이 다가오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철강 산업의 장기 부진으로 실적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탈탄소화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CBAM은 철강·알루미늄·비료·시멘트·수소·전기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품목에 대한 일종의 탄소 관세 제도로, 국내에서는 철강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EU 철강 수출량은 317만 톤, 철강 제품은 22만 톤이 수출되고 있다. 한국이 적용받을 CBAM 품목 중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89.3%에 달한다. 또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3년 한국에서 EU로 철강을 수출한 양은 339만 톤으로 한국이 전 세계 수출량 약 2734만 톤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한국 철강 산업은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받고 있어 CBAM 인증서 구매로 인한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이 부재하다. 이에 향후 철강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철강기업들은 CBAM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탄소 배출 저감 기술 개발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또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포스코는 올해 그룹 전체 투자 예산(10조8000억원)의 41.7%인 4조5000억원을 철강 부문에 투입해 저탄소 생산설비 구축 등에 나서기로 했다. 자사 고유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 상용화와 전기로 확대에 투자가 집중된다. 오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통해 상용기술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하이렉스 기술개발 완료 전 활용되는 저탄소 생산설비가 전기로다. 전기로는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활용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이 적다.
포스코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가 고로를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68조5000억원으로 내다봤다. 이에 포스코는 자사의 전환 비용으로 2050년까지 40조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현대제철도 고유의 신(新)전기로를 신설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이 약 40% 저감된 강재를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신전기로에는 현대제철의 독자기술에 기반 한 저탄소제품 생산체계인 하이큐브(Hy-Cube) 기술이 적용된다. 하이큐브는 신전기로에 철스크랩과 고로의 탄소중립 용선, 수소환원 직접환원철 등을 혼합 사용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을 지속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수소환원제철로 전환이 필수적이지만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저탄소 철강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이라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표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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