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희룡 "한동훈 '김여사 문자' 대응, 역사에 남을 실책"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원희룡 후보가 '김 여사 문자' 논란에 대한 한동훈 후보 대응을 "역사에 두고두고 남을 '치명적 실책'"이라고 했다.

전당대회 초반부터 불어닥친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 바람에 대해서는 '원팀풍'(원희룡 후보 캠프 이름은 '원팀'이다)이 더 거세질 걸로 자신했다. 나아가 향후 열흘 사이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아이뉴스24>는 지난 10일 국민의힘 4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부산에서 원 후보를 만났다. 특유의 밝은 웃음으로 인터뷰를 주도한 그는 "최근의 심각한 고민과 토론이 진행되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당원들이 두터워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건희-한동훈 문자 논란'에 대한 대목에서는 주먹을 불끈 쥐고 손바닥으로 선을 긋는 등 단호한 모습도 보였다.

첫 TV 토론회에서 '김 여사 문자 논란', '사천 논란' 등 한 후보의 민감한 질문에 수세적 입장을 취한 것에 대해 원 후보는 "언론에 나와 무제한으로 치고받는 게 아니라 제기된 논란들에 대해 정중하게 내지는 자제하면서 하자는 취지"라며 "'갑자기 혼자 휴전하느냐'고 하는 반응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 정당방어 차원에서 할 것은 다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잠시 대통령 인기가 떨어졌다고 여당이 정권과 차별화한다는 것은 실패의 프레임"이라며 "부족한 것을 보완해 더 나아갈 부분을 갖춰 좋은 차별화로 다음 정권을 창출하는 '업윤'(UP·업그레이드 윤석열)의 역할을 반드시 해 내겠다"고 당 대표 출마 각오를 재차 다졌다. 또 '민생'과 '경제 재도약'을 핵심 키워드로 한 정책 비전으로 남은 전당대회를 경쟁력있는 후보로서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원 후보와의 일문일답.

–전당대회가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들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다. 네거티브 대신 '민생과 정책 대결'을 선언한 것은 이 때문인가

"네거티브를 자제해 달라는 선관위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토론도 마찬가지다. 누가 네거티브하든 최대한 정책과 비전에 집중하고 싶다. (당원들께서도) 여기에 대해 '이제부터 비전과 능력 검증이 시작돼서 좋다', '공방을 하더라도 언론에 나와 무제한으로 치고받는 게 아니라 제기된 논란들에 대해 정중하게 내지는 자제하면서 하자'는 취지를 잘 봐주신 것 같다. 첫 TV 토론회 이후 '갑자기 혼자 휴전하느냐' 하는 의아한 반응들도 있었던 걸로 아는데, 정당방어 차원에서 할 건 다 할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남은 전당대회 기간 강조하고 싶은 핵심 정책·비전이 뭔가

"정치는 결국 국민 삶에 도움이 되고 그를 개선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정치가 조금만 노력하면 즉각 개선 효과가 나올 수 있는 부문에 주력하려고 한다. 첫째는 '민생'이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특히 다중 채무자, 청년 채무자 등 희망이 끊어진 계층이라든가 1인 가구, 독거노인 등 복지제도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젊은 정책팀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둘째는 '경제 재도약'이다. 민생 해결도 결국 경제발전이 둿받침돼야 하지 않겠나. 각종 규제를 혁파해서 개인의 자유, 기업의 자유 확대해야 한다. 또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핵심 미래산업의 국가투자를 대폭 늘리고 연구개발(R&D) 지원도 획기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로 인해 당정 관계 방향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이회창-김영삼', '정동영-노무현' 당시처럼 '당정 차별화 실패'로 평가되는 사례도 있는데, 지금 당정은 어떤 구도로 가야 하나

"정권과의 차별화는 물론 필요하다. 대신 인기 떨어졌다고 무작정 차별화하는 것은 그것은 '실패의 프레임'일 뿐이다. 우리가 '제2의 탄핵'이라는 트라우마를 반복해야겠나.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차별화하겠다는 건 과거 탄핵과 집권 실패의 사례다. 제가 말하는 차별화는 공동책임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국정을 함께 성공시키고 거기서 부족한 것은 보완하고 더 나아갈 부분은 그것을 갖춰서 좋은 차별화로 다음 정권을 창출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업윤(Up윤)'이다.

–당장 터진 한 후보와 김 여사의 '문자 논란'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나

"지금은 대선이 임박한 것도 아닌데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하고 다음 대선을 승리의 확신을 가지고 치르기까지 갈 것인가. 일단 우리가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영부인 (문자) 문제도 풀어야 한다. 한 후보는 비대위원장으로 영부인이 사과 의사를 보였는데도 주변의 반대를 설득해 오히려 국민이 감동받을 수 있도록 얼마든지 풀 수 있는 일을 못 해놓고, 그 의사가 거짓이라든지, 대답했으면 당무개입이고 국정농단이라고 한다. 아니, 대통령 영부인이 비대위원장에게 주변에서 반대하니까 나는 사과 의사를 갖고 있으니 의논을 하든 지침을 달라고 한 것 아닌가.

이게 사적 문제인가? 이게 당무개입인가? 당사자가 당을 도우려고 지침을 달라는 게 개입인가? 여기에 대해서 비대위원장이 만나든, 통화를 한 뒤 대통령에게 영부인이 사과 의사가 있으니 차분히 해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하고 설득하는 게 당 리더의 역할 아닌가. 그런데 사적 관계에다가 당무를 얘기했으니 이것은 당무개입이고 본인이 대답했으면 국정농단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부인과 (당무 관련) 대화하지 않겠다? 이렇게 틀이 간 것을 보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역사에 두고두고 남을 '치명적 실책'이 될 거다. 또 정치의 수련이 필요하다 또는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는 걸 본인이 증명한 것밖에 안 된다."

–원 후보는 '친윤' 성격이 가장 짙다는 평가들이 많다. 자연히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한동훈 후보와의 대결 구도 즉 '친윤' 대 '친한' 구도로 보는 시각이 여전한데

"나는 계파 싸움으로 당이 사분오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출마한 것이다. 계파 대결이 아니라 후보 간 비전과 정책 대결과 전당대회를 끌고 갈 것이다. '친윤', '친한'이라는 표현 자체도 벗어나야 한다."

–전당대회가 중반으로 접어들었는데, '어대한' 기조에 대해 어떻게 보나

"당을 구원해야 한다는 바람, '원팀풍'이 당원들 사이에는 불고 있다. 지금은 심각한 고민과 토론이 진행되는 유심히 지켜보는 당원이 두텁게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어디로 쏠리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바깥에서 일반 지지층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여론조사와는 전혀 다른 실질적인 흐름이 어디로 갈지가 관건이다. 앞으로 남은 열흘 동안 큰 변화가 있을 거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임 도전을 공식화 하며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여야 대표로서 마주한다면 어떻게 협치하겠나

"일단 민주당의 폭주를 결사적으로 막을 것이다. 남북 대화도 만나고 마주 앉으면 할 얘기 다 한다.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울 거다. 민생이라면 누구와도 머리 맞대고 협력해야 한다. 무도한 정치 공세에는 맞서면서 민주당을 민생 토론장으로 끌고 나올 자신이 있다. 그리고 국민들이 도와주고 균형을 잡아주리라고 믿는다. 우리가 각자 살고 흩어져서 살려고 할 게 아니라, 우리는 국민을 믿고 우리는 치열한 토론과 전략을 통해 당론을 정하고 '원팀'이 돼서 거대야당에 맞서 결연히 싸울 생각이다."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채 상병 특검법'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야당 주도로 통과된 뒤 대통령의 재의요구가 행사됐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 반복될 우려가 큰데 당 대표가 된다면 어떻게 대응해 나가겠나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고 수사가 미진하면 직접 특검을 나서서 주장하겠다. 민주당의 특검법은 진실을 밝히는 것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탄핵을 위한 미끼다. 우리 당이 민주당 전략에 말려들지 않도록 잘 설득해 나갈 생각이다."

–오늘 찾은 부울경은 지난 총선에서 일부 여당 열세 여론조사 예측을 뒤집고 약진한 핵심 지역이다. 당원 40%가 분포한 영남권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영남은 대한민국을 한국전쟁에서 마지막 보루로 지켜낸 곳이고, 대한민국이 경제성장을 하고 민주화를 하면서 자유우파 정당의 역시 최후의 보루로 역할 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200석을 막아 탄핵 저지선을 지켜주신 것도 너무나 감사한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우리 당이 위기를 벗어나고 극복하고 이겨내서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탄탄히 쌓는 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