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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투사들 '버티기'...올해 폐업 3개 불과, 구조조정설 '무색'


 

올 들어 9월 말 현재 창업투자사 라이선스를 반납한 업체가 3개 사에 불과, 최근 5년간 해마다 평균 11개사가 라이선스를 반납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최근 코스닥 활황과 벤처 활성화 등 호전되고 있는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벤처 붐' 당시 결성된 부실 투자조합의 만기도래와 기관들의 벤처투자 기피에 따른 재원고갈 등으로 창투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던 업계의 예상이 무색해지고 있어 향후 시장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신규로 창투사 라이선스를 받은 업체는 2003년부터 올 9월말까지 보스톤창투 단 1개 뿐인 실정이다.

5일 중소기업청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9월말까지 창투사 라이선스를 반납한 회사는 아이엔지기술투자, 이벤처캐피털, 코리아21벤처캐피털 등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연평균 11개 사가 창투 라이선스를 포기한 것을 감안하면 평균의 27%에 불과한 수치다.

◇창투사 등록 현황(신기술금융사업자 제외)

1986~1999년 2000년 2001년 2002년 2003년 2004년 2005년 9월
창투사 수 87 147 145 128 117 105 102
신규등록 108 65 4 3 0 1 0
등록취소 21 5 6 20 11 13 3
※자료:중소기업청

이처럼 신규진입 창투사를 찾아보기도 힘들고 기존업체들의 라이선스 반납도 급감하는 현상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 호전세가 감지되기는 하지만 뚜렷한 성과물은 아직 없는 상황에서 기존 업체들이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현우 보스톤창투 사장은 "벤처 투자조합은 10개의 투자사 중 1~2개만 성공을 거둬도 손실분을 메우고 남을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벤처캐피털이 하나의 조합이라도 붙들고 살아남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벤처활성화 대책-코스닥 활황...다시 '대박 꿈'

벤처캐피털이 살려면 벤처기업이 살아야 한다. 그리고 코스닥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와 줘야 '고위험'의 보상에 따른 높은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

과거 창투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을 때는 벤처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지난 2000년 2000포인트를 넘어섰던 코스닥지수도 줄곧 하향곡선을 그려 2003~2004년에는 300~400포인트까지 주저앉았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가 벤처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부터 국내 벤처산업은 다시 활기를 보이고 있다. 현재 코스닥지수도 연일 연중 고점을 형성하며 600포인트에 다가가고 있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들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호기를 맞고 있는 것.

이같은 시장 상황으로 최근 2~3년 사이 결성한 조합에서 투자했던 벤처기업 가운데 '진주'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 우회상장의 사례가 속속 나타나는 등 벤처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벤처기업 간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벤처캐피털들은 새로운 투자금 회수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조합만기 연장...세컨더리펀드 통해 부실자산 정리

벤처캐피털들은 올해 말과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부실 투자조합을 처리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가장 용이한 방법은 출자자들을 모아놓고 조합의 만기를 2~3년 연장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것.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정부 및 기관의 경우 어느 정도 설득이 되지만, 벤처 붐 당시 단기간의 '대박'을 노리고 몰려든 엔젤투자자들이 만기연장을 거부하고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그런가 하면 부실화된 투자사의 현물자산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기반을 다지는 모습도 본격화되고 있다. 과거 결성된 투자조합들은 출자자에 현물자산을 배분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모두 벤처캐피털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

이에 따라 각 벤처캐피털들은 성공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투자사의 자산을 구주거래정보망이나 세컨더리펀드를 통해 최대한 좋은 값을 받고 매각하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조만간 스틱IT투자가 결성하는 1천600억원 규모의 세컨더리펀드는 창투사들의 부실 자산을 인수해 정상화시키는 일을 함으로써,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에 적잖은 힘이 될 전망이다.

◆연말이 고비...시장기능에 따른 구조조정 유도해야

벤처캐피털 업계의 최대 위기는 올해 말에서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벤처 붐 당시 결성된 신규 투자조합은 194개에 이르렀다. 이들 조합의 결성규모는 무려 1조4천341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결성된 조합의 수는 5배, 결성규모는 3배에 가깝다.

◇연도별 창투조합 결성·해산 현황

1986~1999년 2000년 2001년 2002년 2003년 2004년
결성 199 194 90 95 39 40
해산 50 18 20 45 21 46
누계 149 325 395 410 428 422
※자료:중소기업청

당시 투자조합의 만기가 대부분 5년으로 설정된 점을 감안하면 이들 거대규모 조합이 벤처 쇠퇴기를 거치면서 부실화돼 올 말과 내년에 집중적으로 만기에 이르게 된다. 올 해만 해도 만기가 되는 투자조합은 150여 개이고, 1조2천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위기를 넘기면 벤처캐피털 업계도 한 숨을 돌리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오는 2007년부터는 만기가 되는 부실조합의 수가 크게 줄어드는 한편, 여러 정황에서 살펴보듯 벤처산업이 다시 꽃 필 기미가 보이기 때문.

벤처 '거품'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 들어 벤처캐피털 관련 제도나 투자기법들도 선진국에 가까운 수준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벤처캐피털의 적절한 숫자는 현재 활발히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는 30~40곳이라는게 주요 벤처캐피털 CEO들의 중론이다. 정부 및 기관투자자들의 출자가 가뭄 상태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100곳이 넘는 벤처캐피털이 공존하는 것은 어렵다는 말이다.

한 벤처캐피털 CEO는 "우리나라에 무려 100곳이 넘는 벤처캐피털이 존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한 해 정부 및 주요 기관출자자가 돈을 댈 수 있는 곳이 30~40곳으로 한정되고 있는 만큼 구조조정은 곧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단, 업계의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기는 것 또한 업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과거 정부가 나서 벤처캐피털을 육성했지만, 업계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자생력을 갖춘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창투사 평가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벤처캐피털을 정리하고자 나서기보다, 시장기능을 믿어주는 것이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춘 탄탄한 업체들로 구조조정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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