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사망, 육군 입 열 개라도 할 말 없어"…前육군훈련소장 일침

[아이뉴스24 김효진 기자] 육군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이번 일은 육군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라는 전 육군훈련소장의 소신 발언이 나왔다.

고성균(66·육사 38기) 전 육군훈련소장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전직 육군훈련소장이 본 훈련병 순직사건'이란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고 전 소장은 영상에서 "일반 회사에 사규가 있듯이 육군에는 육군 규정이 있는데 이를 중대장이 지키지 않았다"며 "이번 일은 전적으로 육군의 잘못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이 지휘관의 성별과는 관계없이 '규정 위반'과 '안일한 태도'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고 짚었다. 이는 최근 군기 훈련을 지시한 지휘관이 여중대장이라는 주장이 나온 후, 일각에서 성별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한 발언으로 보인다.

고 전 소장은 "(훈련병들이) 밤에 소란스럽게 떠든 것이 완전군장으로 군기훈련을 시킬 사안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군기훈련 시 완전군장은 할 수 있지만 뜀걸음, 구보는 하지 못하게 돼 있는 규정이 있다"고 했다.

또 일제강점기 일본군 잔재로 군대 내에서 사라진 지 오래된 '선착순'이 실제로 군기훈련에 행해진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고 전 소장은 "안타까운 것은 훈련병이 들어온 지 9일밖에 안 됐다는 사실"이라며 "훈련소는 군인을 만들기 위한 곳이고 부대는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한 조직이지만 군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간부들이 장병들을 한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숨진 훈련병에 '젊은 친구들이 나약해서 그렇다' 등 비판적인 의견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과거의 기준을 갖고 지금의 훈련병과 병사들을 재단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부들의 리더십을 향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개인 생각이 아니라 육군 규정과 상위법에 의해서 부대 지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부대를 운영해야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 전 소장은 강원 정선군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 생도대장과 31사단장, 제2작전사령부 참모장, 육군훈련소장 등을 지냈으며, 육군교육사령부 교훈부장을 끝으로 전역한 뒤 숙명여대 안보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오후 5시20분쯤 강원도 인제의 모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이틀 만인 25일 오후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