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파업을 선언했다. 노조 파업은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이다.
전삼노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은 임금교섭에 아무런 준비 없이 나오며 노조를 무시하고 있다"며 "노조는 이 순간부터 즉각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전삼노의 파업 선언은 올해 임금협상을 위해 전날 재개한 교섭이 파행으로 무산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전날 교섭에서 노사 양측은 사측 위원 2명의 교섭 참여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노조는 위원장과 물리적 충돌을 빚은 사측 위원들의 배제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삼노는 "사측은 2023년과 2024년 임금 협상 병합 조건으로 직원 휴가제도 개선을 약속했고, 노조는 이를 받고 교섭 타결을 위해 많은 것을 양보했다"며 "그러나 사측은 이를 비웃고 서초에서 반려했다는 말로 교섭을 결렬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대화로 해결하고자 세 차례 문화행사를 진행했지만, 사측은 아무런 안건 없이 교섭에 나왔다"며 "모든 책임은 노조를 무시하는 사측에 있다"고 말했다.
전삼노는 첫 파업 행위로 단체 연가 투쟁을 들고 나왔다. 전삼노는 "파업 1호 지침으로 오는 6월 7일 단체 연차 사용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삼노 조합원은 지난 27일 오전 9시 기준2만8400명으로, 삼성전자 직원(약 12만5000명)의 약 22% 수준이다.
이들이 대대적인 파업에 동참할 경우,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흐름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력인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삼노는 파업 선언과 함께 이날부터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24시간 버스 농성도 진행한다. 전삼노 측은 "아직은 소극적인 파업으로 볼 수 있지만, 단계를 밟아나가겠다"면서 "총파업까지 갈 수 있고, 파업이 실패할 수도 있지만 1호 파업 행동 자체가 의미 있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추가 행동도 예고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 1호 지침 이후 2, 3, 4호 등의 파업 지침도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위기인 상황에서 파업에 대한 비판도 있겠지만, 이미 회사는 10여년간 계속 위기를 외치고 있었다"며 "위기라는 이유로 노동자가 핍박받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사측과 전삼노는 지난 1월부터 지난해와 올해 임금 교섭을 병합해 진행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성과급 지급 기준에 대한 의견차가 크다. 노조는 현재 사측이 제시하는 성과급 기준인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가 공정하지 못하고,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영업이익 기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손 위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임금 1~2% 인상이나 성과급을 많이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제도개선을 통해 일한 만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급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삼노는 중앙노동위원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다. 지난 1969년 창사 이후 삼성전자에서는 파업이 발생한 적이 없다.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도 임금협상을 위한 교섭이 결렬되자 노조는 조정 신청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실제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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