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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도 발로 뛴다"…삼성·SK하이닉스, 반도체 주도권 경쟁 '치열'


이재용 회장, 獨서 자이스와 EUV 협력…최태원 회장, 美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회동

[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에 메모리 반도체업계가 최근 본격 반등에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연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직접 해외 현장 방문을 늘리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오른쪽 두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자이스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오른쪽 두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자이스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6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독일 오버코헨에 있는 자이스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 최고경영책임자(CEO)를 비롯해 주요 경영진과 만나 양사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자이스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기술 관련 핵심 특허를 2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에 3만여 개의 EUV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또 다른 '슈퍼 을'이로도 불린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자이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EUV 기술과 첨단 반도체 장비 관련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협력으로 그동안 EUV 장비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주로 사용됐지만, 앞으로는 D램 공정에서도 비중이 확대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연내 EUV 공정을 적용해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6세대(1c) D램을 양산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D램에 EUV 공정이 적용되면 동일한 칩 면적 위에 더 촘촘하게 회로를 새길 수 있어 경쟁 업체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이번 협력을 통해 삼성전자-ASML-자이스로 이어지는 '반도체 삼각 동맹'을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 회장의 이번 방문에는 CEO로 임명된 지 사흘밖에 안된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신임 CEO가 직접 독일로 건너와 동행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페터르 베닝크 전 ASML CEO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최근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일식집에서 만나 '스시 회동'을 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만나 미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책임자(CEO)와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최태원 회장 SNS 캡처]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책임자(CEO)와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최태원 회장 SNS 캡처]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AI 반도체 선점을 위해 최근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황 CEO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게시물 하단에 "혁신의 순간을 포착할 땐 카메라 각도가 중요하다"고 적고 #엔비디아, #SK하이닉스 #SK텔레콤이란 해시태그를 남겼다.

특히 이 게시물에는 두 사람이 같이 찍은 사진 외에도 황 CEO가 최 회장의 영어 이름인 토니(Tony)를 지칭하며 "AI와 인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파트너십을 위해!"라고 적은 메시지도 함께 올라왔다. 이번 회동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이번 만남을 통해 두 CEO가 HBM을 비롯한 AI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칩 시장의 선두 주자로 글로벌 AI 칩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AI칩에서그래픽처리장치(GPU) 구동에 필수적인 HBM을 공급하는 핵심 기업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현재 최고 사양인 HBM3E(5세대) 8단 제품을 지난달부터 업계 처음으로 양산을 시작해 엔비디아에 공급 중이다. 앞서 지난달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는 HBM3E 12단 실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에서 황 CEO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다양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 CEO들을 만났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최 회장은 올해 초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도 만나 AI 반도체 관련 논의한 바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작성한 자필 메세지. [사진=최태원 회장 SNS 캡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작성한 자필 메세지. [사진=최태원 회장 SNS 캡처]

이러한 최 회장의 글로벌 행보는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그룹으로 편입된 2012년부터 메모리 업황이 매우 안좋아서 대부분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 규모를 예년 대비 10% 이상 줄이던 시기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SK그룹은 투자를 늘리는 결정을 했고, 여기에는 언제 시장이 열릴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있는 HBM에 대한 투자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2013년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성과를 냈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있었다"며 "이후에는 고객, 협력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협업하면서 모든게 잘 이뤄져 지금의 HBM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곽 CEO는 "AI 반도체는 기존 범용 반도체의 기술 역량에 더해 고객 맞춤형 성격을 띄고 있어 반도체 개발과 시장 창출 과정에서 글로버 협력이 중요하다"며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각 고객사, 협력사와의 협업 관계 구축돼 있고, 그게 곧 AI 반도체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권용삼 기자(dragonbu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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