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삼성전자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올해 1분기에 이미 작년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5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반도체 사업의 흑자 폭이 예상보다 크고, 지난 1월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 판매 호조가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 영업이익 1년 만에 '10배 껑충'…캐시카우 메모리 반도체 반등이 실적 개선 이끌어
삼성전자는 5일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1.25% 급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6조5700억원)보다 많다.
매출액은 7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7% 늘었다.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이 70조원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 2022년 5분기(70조4646억원) 이후 5개 분기만이다.
이같은 실적은 증권가에서 내놓은 영업이익 전망치를 20% 이상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조1701억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대 중후반대일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감산 효과에 따른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최근 실적 눈높이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지만, 실제 삼성전자는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올렸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며 삼성전자의 핵심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인 반도체 부문(DS)이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고, 글로벌 시장 수요가 증가하면서 제품 판매 가격이 상승하며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전 분기 대비 최대 20% 상승했다. 낸드플래시도 23∼28% 올랐다.
이날 삼성전자의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DS) 사업 부문이 지난 2022년 4분기(2700억원) 이후 5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하며 7000억~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낸드도 적자 폭이 줄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서버용 HBM, 최신 규격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어난 것도 실적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관측된다.
SK증권은 DS 부문 영업이익을 1조원으로,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와 디스플레이(SDC)는 각각 3조7000억원, 3천000원으로 추정했다. 유진투자증권은 DS 9000억원, SDC 3000억원, MX·네트워크 3조8000억원, 영상디스플레이(VD)·소비자가전(CE) 3000억원, 하만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현대차증권은 DS 7000억원, SDC 3500억원, MX·네트워크 3조9000억원, VD·가전 3800억원으로 추정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수익성 중심의 메모리 전략 유지와 작년 4분기 전략적 출하에 따른 낸드의 낮은 가격 기저로 인한 1분기 가격 반등 폭이 예상을 상회하며 재고평가손실 충당금의 환입 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분기 D램과 낸드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각각 -14.8%, -3.0%로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받겠지만, 산업 수급 개선에 힘입어 D램과 낸드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분기 대비 16.3%, 21.0% 상승하면서 수익성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갤럭시 S24 시리즈 흥행 등 모바일 사업도 호조…실적 개선 지속 전망
삼성전자가 'AI폰'을 앞세워 지난 1월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의 흥행도 실적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와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2월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1969만 대로 시장 점유율 20%를 기록하며 애플(1741만 대·점유율 20%)을 제치고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만에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유럽에선 34%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고, 애플의 텃밭인 미국에서도 점유율 36%를 차지하며 1월(20%)보다 16%포인트 급증했다. 특히 삼성의 미국 스마트폰 판매량 중 52%가 갤럭시 S24 시리즈였다.
갤럭시 S24는 지난 2월까지 653만 대가 팔리는 등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전작인 갤럭시 S23 시리즈의 2023년 2월 말 기준 판매량인 724만 대보다 10%가량 적지만, 갤럭시 S24 출시 시점이 전작보다 열흘 정도 늦은 점을 감안할 때 선전했다는 평가다. 갤럭시 S24 시리즈가 흥행하며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잡았던 1분기 판매 목표를 기존 1200만 대에서 1300만 대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4분기 영업손실 500억원을 냈던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사업부도 프리미엄 TV와 고부가 가전 확대 판매 등으로 수익성이 소폭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가격 상승 추세가 이어지며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전 분기 대비 최대 20% 상승한 데 이어 2분기에도 3∼8% 오를 전망이다. 낸드도 1분기 23∼28% 오른 데 이어 2분기에 13∼18% 상승이 예상된다.
HBM 수요 증가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대에 힘입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 출하량이 급증하면서 HBM 시장은 2026년까지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D램 칩을 12단까지 쌓은 5세대 HBM인 HBM3E를 올해 상반기에 양산하고, 올해 HBM 출하량도 작년 대비 최대 2.9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낸드 플래시와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시장도 저점을 지나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선 만큼, 해당 사업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은 수주 증가와 수율 개선으로 적자를 꾸준히 줄여 나가며 올해 하반기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파운드리 수주 물량은 160억 달러로 추정된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작년 파운드리 사업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최대 수주 달성과 하반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하반기 HBM 공급과 레거시(범용) 제품의 수요 증가에 따라 실적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가파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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