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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별세…기술 경영 일군 '재계 큰 별'


'기술 경영'으로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분야 세계 1위 달성
'민간경제 외교관'으로 한미FTA·美 비자면제·한일기술교류 이끌어

[아이뉴스24 이시은 기자] 효성그룹은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9일 숙환으로 영면했다고 밝혔다. 향년 89세.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사진=효성]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사진=효성]

◇조 명예회장의 '35년'…한국 대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조석래 명예회장은 효성그룹 2대 회장으로 1982년부터 2017년까지 35년간 그룹을 이끌었다. 효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홍제 회장의 장남으로 48세 때인 1982년부터 효성그룹 2대 회장을 지냈다.

경상남도 함안 출신으로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했다. 이후 고 조홍제 회장의 부름을 받고 1966년 효성의 모태인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그룹경영에 참여했다.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섬유, 첨단소재, 중공업, 화학, 무역, 금융정보화기기 등 효성의 전 사업부문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기술 경영'에 대한 집념…스판덱스 등 독자 개발

조 명예회장은 '경제발전과 기업의 미래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개발력에 있다'는 경영철학을 토대로 기술 중시 경영을 펼쳤다. 1971년에는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신소재·신합섬·석유화학·중전기 등 산업 각 방면에서 신기술 개발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는 향후 효성그룹이 독자기술 기반으로 글로벌 소재 시장에서 리딩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1999년 6월 스판덱스 공장 준공식에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모습. [사진=효성]
1999년 6월 스판덱스 공장 준공식에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모습. [사진=효성]

또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 1975년 효성중공업 설립을 주도하며 고 조홍제 창업주 회장 때부터 줄곧 강조해온 '산업입국'의 경영철학을 실현했다. 특히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스판덱스는 조석래 명예회장이 축적기술이 없던 상태에서 독자 개발을 결정하고 연구개발을 직접 지시했다. 효성은 1990년대 초 당시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보유하고 있던 스판덱스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타이어코드와 함께 오늘날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효성그룹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아울러 조 명예회장은 1990년대부터 중국의 성장세를 눈여겨 보고 경쟁사들보다 한 발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켰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전력기기 등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베트남과 인도, 터키, 브라질 등에 이르기까지 현지에 생산공장을 만들어, 전세계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했다.

◇'민간 경제 외교관' 역할 수행…한미FTA 체결 등 기여

조석래 명예회장은 그룹 경영뿐만 아니라, 한국의 재계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맡아왔다. 한미 FTA 필요성을 최초로 제기하며, 민간 외교부문에서 한미FTA 체결에도 큰 공헌을 했다. 또 한미FTA 체결 당시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에 기여하는 한편, 대일 무역 역조 해소, 한일간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 한일경제공동체 추진 등 한국 경제인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앞장섰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사진=효성]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사진=효성]

조 명예회장은 31·32대(2007~2010)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300만 일자리 창출에 목소리를 높였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일자리 창출, 국제교류 활성화, 여성일자리 창출 및 일·가정 양성 확립 등에도 기여했다. 이 외에도 조 명예회장은 한미재계협회장, 한일경제인협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국제 경제외교 활성화를 견인했고 한국경제의 위상을 높였다.

◇재계 애도 물결 "한국 경제 지평 넓혀"

재계는 조석래 명예회장의 별세에 애도를 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대한민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셨던 재계의 큰 어른을 이렇게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과 허전함을 이루 표현할 길이 없다"며 "비록 회장님은 떠나셨지만, 그동안 뿌리신 미래의 씨앗은 한국경제의 번영과 발전이라는 거목으로 자라날 것"이라고 애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고인은 기술 중시 경영의 선구자로서 우리나라 섬유, 화학, 중공업 등 기간산업의 발전에 초석을 놓았고, 미국, 일본과의 민간외교에도 적극 앞장서며 한국경제의 지평을 넓히는데 이바지했다"면서 "한국경제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임직원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역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던 조석래 명예회장님의 별세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송광자 여사,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삼남 조현상 효성 부회장 등이 있다. 장례는 효성그룹장으로 내달 2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명예장례위원장을,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영결식은 내달 2일 오전 8시 열린다.

/이시은 기자(isieun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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