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작년에 깡통전세를 막겠다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기준이 강화됐어요. 그 영향으로 서울의 빌라 상당수가 반환보증 가입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그러다 보니 수요자들도 보증금 떼일까 싶어 전세를 피하고 집주인들도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세가 오름세로 돌아선 아파트와 달리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전세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비교적 높은 전세가율에 전세사기 충격이 시장을 휩쓸면서 비아파트 전세 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단독다가구주택 전세는 4만67건으로 전체 거래량(14만8503건)의 27%였다. 2020년 45.3%였던 전세 비중은 2021년 39.8%, 2022년 31.2%로 급감했다. 올해 들어서는 13일 기준 전월세 거래 2만1914건 중 전세 5509건으로 25.1%로 더 줄었다.
다세대 주택도 마찬가지다. 2020년 70.65%였던 서울 다세대 전세 비중은 2021년 67.1%, 2022년 60.6%, 지난해에는 52.3%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13일까지 48.5%로 과반수도 되지 않는다.
수요자의 무관심 속 전세 가격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서울 연립다세대 월간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1월 95.9로 2017년 6월(95.8) 이후 가장 낮았다. 단독주택의 경우 지난 1월 100.2로 지난해 말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3년 전인 2021년 7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년간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면서 수요자들 사이에서 비아파트 전세는 신뢰를 잃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파트에 비해 전세가율이 높아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높고,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기준 강화로 제도적인 보증금 보장 체계마저 허술해진 탓이다.
HUG는 신규 전세계약에 대해 반환보증 담보인정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췄다. 또 다가구와 다세대주택 가격을 주택 공시가의 140%로 산정한다. 담보 비율은 이 가격의 90%를 인정해 담보인정비율은 140%의 90%인 126%다. 공동주택가격이 1억원이라면 전세 보금이 1억2600만원 이하일 때만 HUG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갱신계약에 유예기간을 뒀지만 올해부터는 갱신계약도 같은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엄격해진 전세보증 기준으로 인해 서민들이 비아파트 전세를 기피하게 된 것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서울시내 연립 등 비아파트는 높아진 조건을 맞추기 어렵고, 게다가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집주인 입장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용산구 청파동 A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체로 빌라는 투자 수단으로 많이 지어지지만 최근 몇 년간 생활형숙박시설 등 다른 투자 수단이 인기를 끌면서 주거를 할 수 있는 빌라를 짓는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이 문제"라면서 "HUG에서 깡통주택을 막겠다고 기준을 높이면서 보증금을 올리지 못한 집주인들이 전세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아파트 수요자들이 월세로 몰리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면서 월세 가격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 준공된 다가구와 다세대 주택은 각각 1217가구, 1만1477호로 지난해보다 약 32%, 40% 감소했다. 5년 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약 75%, 61.2% 급감했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면서 월세는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지난 1월 서울 연립다세대 월간 월세가격지수는 101.9, 단독주택은 101.3이다. 두 지수 모두 2015년 6월 월세 통계가 개편된 이후 최고치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대학생이 몰리는 대학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1월 부동산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월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57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11.6% 올랐다. 관리비 또한 같은 기간 19.3% 상승했다.
건국대 인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현재 조건에서는 HUG 전세보증 자체가 불가능한 주택이 대다수라 매년 유입되는 학생들은 전세를 찾지 않는다"면서 "전세 수요까지 월세로 돌아서니 월세가 안오르는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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