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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성급했나?…빚투·테마주만 양산


빚투·손 바뀜 늘었다…PER 0.2~0.3배 종목에 집중된 매수세
업계 "10% 내외 제외하고 모두 중견·중소…여력 있는 회사 많지 않아"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정부가 국내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제론 테마주를 양산하고 '빚투'(빚을 내서 투자)만 조성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기업 체력이 충분하지 않은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은 향후 가격 조정을 겪으며 주가 낙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에선 지금의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귀띔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는 9조6320억원을 기록했다. 연초 9조200억원 대비 약 한 달 만에 61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대비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가 6000억원 가량 늘었다. [사진=정소희 기자]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대비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가 6000억원 가량 늘었다. [사진=정소희 기자]

올 초 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개하자 저PBR 종목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빚투'도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에서의 신용거래융자는 연초(8조5170억원) 보다 3700억원 가량 줄어 8조1401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손 바뀜도 크게 늘었다. 1월 유가증권시장 일 평균 회전율은 0.44%였다. 이달 14일까지의 일 평균 회전율은 1월보다 31.81% 증가한 0.58%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기준 회전율은 일정 기간 증시 거래대금을 시총으로 나눈 수치로, 거래 활성화 정도를 나타낸다.

빚으로 주식 투자금이 늘어나고 거래가 활성화되자 변동성이 커진 주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제주은행은 은행주 중에서도 시총이 상대적으로 적어 저PBR 대표주로 꼽혀 지난달 23일부터 31일까지 7거래일 동안 71.02% 뛰었다. 그러나 이후 내림세로 전환해 이달 초부터 14일까지 10.13%가 빠졌다.

2000년 이후 14년 동안 코스피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태광산업도 마찬가지다. 저PBR 관련주로 묶인 태광산업은 올해 들어 30% 넘게 뛰었지만, 지난 14일까지 7.57%가 하락하며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저PBR 대표 업종인 건설업은 실적과 관계없이 변동성을 보였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와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좋지 않은 건설사는 PBR이 낮아 주가가 오르고, 실적이 증가한 건설주는 PBR이 상대적으로 높아 주가 수익률이 부진했다.

실제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이 예고된 지난달 17일 이후부터 2월 초까지 밸류에이션 구간별 기간 수익률은 PBR 1배 미만인 기업들이 강하게 반등했다. 특히 1배 미만 중에서도 0.2배~0.3배 종목들이 급등했다. 정책 기대감보다는 PBR이 낮은 종목에 집중적으로 관심이 쏠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주가 리레이팅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의 추세적인 상승이 동반돼야 하는데 국내 기업들은 ROE도 낮기 때문이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속 가능한 ROE를 만들면서 PBR이 낮은 업종은 자동차, 은행 정도"라며 "회사가 돈을 잘 벌지 못하면 저PBR 테마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짚었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 상장사의 9%를 제외하곤 대부분 다 중견, 중소기업이다. 여력이 있는 회사가 그다지 많지 않은데 다른 나라에서 어떤 제도가 효력이 있다고 무조건 도입하는 것은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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