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업결합 EU '큰 산' 넘었다…"조건부 승인"

[아이뉴스24 양호연 기자] 유럽연합(EU)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13개국의 승인을 완료했으며 미국의 심사만 남게 됐다.

13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EU 합병 규정에 따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제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EU 집행위는 이 승인은 대한항공이 제안하는 구제 조처를 완전히 준수하는 '조건부 승인'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EU 경쟁당국과 사전협의 절차를 개시해 지난해 1월 정식 신고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다양한 시정조치를 논의한 후 같은 해 11월 2일 시정조치안을 제출했다. 이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취합과 마켓 테스트(Market Test) 등을 거쳐 승인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EU 집행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간 화물·승객 운송에서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른 경쟁업체들은 서비스 확장을 위해 규제·기타 장벽에 직면해 있고 (합병은) 승객과 화물 고객의 가격 인상이나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위원회는 대한항공이 조건을 내걸면서 더 이상 경쟁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며 "합병은 이러한 약속을 완전히 준수하는 조건부"라고 설명했다.

EU 경쟁당국의 조건부 승인에 따라 대한항공은 경쟁 환경 복원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부문의 분리 매각과 △여객 4개 중복 노선에 대한 신규 항공사의 노선 진입 지원 등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사업 부문 분리매각을 위한 입찰·매수자 선정 등 매각 직전까지의 조치들을 선행해야 한다. 선정된 매수인에 대한 EU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거래를 종결할 수 있으며 이후 실제 분리매각을 추진하게 된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유럽 여객노선의 신규 진입항공사(Remedy Taker)로 지정된 티웨이항공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천~파리,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프랑크푸르트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종 합병 관문까지 마지막 한 걸음 남았다"며 "이번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기점으로 미국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박차를 가해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항공 인수·통합을 위해 2021년 1월 14일 이후 총 14개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EU를 포함해 13개 경쟁당국은 결합을 승인하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종료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일본 공정취인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을 승인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