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정부의 통신경쟁 활성화 정책 기조는 신규 이동통신사와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해 통신비를 인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책의 괴리인지 단통법을 폐지하는 상황이 됐다. 알뜰폰이나 제4이동통신의 경쟁력이 떨어지진 않을까 생각이 든다."
5G 28㎓ 대역(일명 제4이동통신) 주파수 경매에 참여할 예정인 한 법인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단말기 유통법을 폐지키로 결정한 데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보유 자본을 28㎓ 대역 생태계 활성화에 집중 투자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이통 3사와의 출혈 경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당초 정부는 고착화된 이동통신 시장에 경쟁을 활성화하고 가계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제4이통사 진입을 허용하고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육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단통법 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통신 정책에 대한 엇박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상 이동통신 유통점이 제공하는 추가지원금은 공시지원금의 15%로 제한돼 있다. 단말기 구매 부담 완화를 위해 15% 상한과 통신사 지원금 공시 의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다른 통신사에서 옮기는 소비자 등에게 이전 대비 더 많은 보조금을 줄 수 있다.
다만 제4이통사 후보 법인이나 중소 알뜰폰들은 이통 3사 대비 자본적 여력이 충분치 않다. 제4이통사는 28㎓ 대역 기지국 장비 구축에 최소 수천 억원을 투자해야 하고, 알뜰폰사업자는 이통사의 5G 저가 요금제 진입에 따라 저가 시장 입지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단통법 폐지에 따른 보조금 경쟁에 뛰어들기가 여의치 않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기조로 이통사들이 저가 요금제를 속속 출시하면서 알뜰폰의 저가 요금제 시장과 이통사의 중고가 요금제 시장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다"며 "단통법 폐지로 지원금 상한선까지 없어질 경우 제4이통·알뜰폰 등 중소사업자들의 시장 입지는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마리 토끼를 잡는 것도 쉽지 않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한다면 둘 다 놓칠 수 있다. 예년과는 달리 이동통신 가입 시장이 안정된 상태여서 이통사들이 가입자 유치를 위해 과도한 출혈 경쟁에 나설지 의문이다. 확실치 않다면 단통법 폐지 시기를 다소 늦춰서라도 제4이통 유치와 알뜰폰 시장 활성화에 주력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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