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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의 봄', 계속될까] ①'여의도 주류'에서 '용퇴-퇴진-청산' 대상으로


전두환 신군부에 항거…'80년대 민주화' 주역
'돈봉투 살포' 연루·'사쿠라' 설화로 연일 논란
국민 52% "운동권 출신 권력특권층, 청산해야"

전두환 신군부 쿠데타 '12·12 사태'를 다룬 영화 '서울의봄'이 갑진년 첫날 누적 관객수 1200만명을 돌파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이른바 '운동권 세력'은 전두환 정권에 항거하며 민주화를 이끄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현재, '86세대'로 통칭되는 그들은 '돈봉투 의혹', '사쿠라 발언' 등 끊임없는 논란의 중심에서 정치권 '막후세력'과 '애물단지'라는 양면적 위치에 서 있다. 과연 우리 정치는 86세대를 '못' 바꾸는 것인가, '안' 바꾸는 것인가. '86의 봄'이 올해 총선에서도 이어질지 <아이뉴스24>는 총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돈봉투 의혹)를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대기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돈봉투 의혹)를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대기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총선이 9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 이른바 '86 퇴진론'이 거세지고 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돈봉투 의혹'과 김민석 민주당 의원의 '사쿠라 발언' 등을 계기로 여의도 세대교체 담론이 다시 힘을 얻는 모습이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80년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권력 특권층'이 되어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공감한다" 30%, "어느 정도 공감한다"는 답변이 22%였다. 둘을 합하면 52%로 '80년대 운동권 출신'을 청산해야 한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는다. 부정적 답변은 38%로,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와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각각 19%씩이었다.(조사는 2023년 12월 28~29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 14.6%,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1일 공개한 여론조사 중 '운동권 출신 정치인 청산 주장에 대한 공감 여부'에 대한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진=한국갤럽]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1일 공개한 여론조사 중 '운동권 출신 정치인 청산 주장에 대한 공감 여부'에 대한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진=한국갤럽]

정치권에서도 지난 연말 송 전 대표 구속을 시작으로 여야 내부에서 정치권 86세대의 퇴진을 주장하는 '86용퇴론'이 강해지고 있다. 여당은 '한동훈 비대위' 출범과 함께 '789(70~90년대생) 세대론'을 본격적으로 내세워 야권 86세대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원칙과 상식'(비명·혁신계)이 이재명 대표의 퇴진과 함께 당내 86세대의 희생(험지·불출마 등)을 요구했다. 최근 '86세대' 김민석 의원이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계(비이재명계)를 '사쿠라(변절자를 뜻하는 은어)'라고 비난해 물의를 빚으면서 퇴진론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86세대'는 본래 80년대 전두환 정권에 맞섰던 학생운동권 인사들을 가리키는 개념이었다. 이들이 정치권에 입문해 활동하면서는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대명사가 됐다. 김민석·송영길·우상호·이인영·임종석 등 전현직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원희룡 전 장관(64년생, 서울 법대 82)처럼 학생운동 이력이 모호하거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68년생, 서울 물리 86) 등 전향한 인사들 역시 정치권에서 약진하면서 86세대는 '80년대 대학을 다닌 60년대생' 전체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확대됐다. 이들을 향한 '86용퇴론'은 지난 2015년 30대였던 이동학 민주당 혁신위원이 당시 이인영 의원의 험지 출마를 요구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용퇴'란 사전적 정의로 '조금도 꺼리지 아니하고 용기 있게 물러남' 또는 '후진에게 길을 열어 주기 위하여 스스로 관직 따위에서 물러남'이라는 뜻의 긍정적 용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정치권에 대거 진입한 86세대는 본래 운동권 출신 정치인을 지칭하는 말이었으나 최근 '60년대생 80년대 학번'으로도 통용되고 있다. 현재 현역의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며 여의도의 주류세대가 됐다. 그림은 21대 국회 현역의원 중 '86세대' 비율. [그래픽=조은수 기자]
지난 17대 총선에서 정치권에 대거 진입한 86세대는 본래 운동권 출신 정치인을 지칭하는 말이었으나 최근 '60년대생 80년대 학번'으로도 통용되고 있다. 현재 현역의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며 여의도의 주류세대가 됐다. 그림은 21대 국회 현역의원 중 '86세대' 비율. [그래픽=조은수 기자]

이날 <아이뉴스24>가 21대 국회의원을 전수조사한 결과,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현역 의원은 총 172명이다(300명 중 57%). 더불어민주당은 107명(64%), 국민의힘은 58명(51%)으로 소속 의원(167명·112명)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대다수는 초·재선이지만 3선 이상 중진도 21명(민주)·16명(국힘)으로, 전체 중진(73명)의 절반 이상이다. 정치권 86세대가 '여의도 주류'로 인식되는 이유다.

'86용퇴론'은 2015년 이후 7년간 '반짝 이슈'로 그치며 부침을 반복했다. 그러나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이후 우상호·강민정 의원 등 민주당 86세대 일부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용퇴론이 다시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송 전 대표가 19대 대선 이후 돌연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스스로 '86용퇴론' 약속을 파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때부터 '86용퇴론'이 본격적인 '86퇴진론'으로 전환됐다는 분석이 많다. 송 전 대표는 최근까지도 신당 창당을 언급하며 총선 출마와 정계 복귀를 강하게 시사했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을 '어린놈'이라고 비하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8개월 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되면서 송 전 대표 뿐만 아니라 '86세대' 전체가 '퇴진'을 넘어 '청산' 대상이 됐다는 평가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결국 송 전 대표 스스로 불출마 선언을 뒤엎으면서 용퇴론의 진정성이 무너졌다"며 "그간의 돌출 행보와 함께 '돈봉투 의혹'도 유죄가 확정되면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한다. 당내 86세대의 대표로서 정계 은퇴를 각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같은당 김민석 의원이 기름을 부었다. 민주당 혁신 방안으로 '이재명 대표 2선 후퇴'와 '통합비대위'를 요구하며 '탈당 및 신당 창당'이라는 배수진을 친 이낙연 전 대표를 '사쿠라'(변절한 정치인)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11일 CBS 라디오 방송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이같이 말하고 다음날에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정치인 이낙연은 검찰 독재와 치열하게 싸운 적 있나. 과연 싸울 생각은 있나"라며 "민주당 덕으로 평생 꽃길 걸은 분이 왜 당을 찌르고 흔드느냐"고 했다.

김 의원의 이 말은 당내 비명(비이재명)계를 자극하며 당을 더욱 혼란으로 밀어넣는 동시에 '김민새'라는 오명을 다시 불렀다. 김 의원은 전두환 신군부 치하인 1985년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한 운동권 출신이다. 2002년 대선 당시 같은당 소속이었던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탈당해 노 후보의 라이벌이었던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통합21에 합류했다. 그때 김 의원에게 붙은 별명이 '김민새(김민석+철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영찬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당시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였던 자신이 김 의원을 만나 탈당 이유에 들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김 의원은 노무현의 낮은 지지율을 이야기하며 정몽준이 치고 올라와 대선후보가 돼야 이회창의 집권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면서 "이 사건으로 김 의원은 '김민새'(김민석+철새)라는 오명을 썼다"고 김 의원을 비판했다.

조응천 의원도 같은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김민새'라는 별칭이 붙었던 분이 어느새 완전 친명(친이재명) 전사가 돼 있다"며 "(이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은) '셀프 디스'"라고 지적했다. 이원욱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김 의원이 "86 기득권 정치인 청산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애써 눈감는 우리가 부끄럽다. 자성보다 비난의 칼을 들이대는 '누구'가 아닌 저 자신이 부끄럽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앞의 기자회견에서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고 당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제게 노 전 대통령은 '이회창 집권을 막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고 충정이었다'고 자서전에 쓰셨다"고 반박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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