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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산업 10대 뉴스] ㊤ 질주하는 車 시장, 전기차 타고 날았다


K-배터리, IRA 본격화한 美서 투자 가속…본궤도 오른 '전장'에 삼성·LG도 '눈독'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2023년은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와 소비 부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정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산업계에 유독 힘든 한 해였다. 업계 선두 위치에 있으면서도 업황 악화로 적자를 기록한 기업들이 나타났고, 대기업 총수들의 사법리스크까지 확산되면서 중장기적인 계획 설정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내년 역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예상되는 가운데 아이뉴스24가 올해 산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10대 뉴스를 선정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편집자]

[아이뉴스24 산업부] 2023년 산업계에서 가장 주목할 분야는 '자동차'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톱3' 완성차 업체로 우뚝 섰다. 또,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배터리뿐 아니라 삼성·LG 등 전자업체들까지 관련 사업 강화에 속도를 냈다.

전 세계적으로 분쟁 지역이 증가하며 우리나라 방위 산업의 성장세도 높았다. 재계에선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온 힘을 쏟았으나,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에 밀려 쓴 맛을 봤다.

◇美 IRA 본격화…K-배터리, 글로벌 완성차 합작사 봇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가 본격화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대규모 북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사 형태로 현지 배터리 공장 증설이 크게 늘었다.

SK온-포드 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 신설공사 현장. [사진=SK온]
SK온-포드 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 신설공사 현장. [사진=SK온]

IRA는 미국 등 북미산 전기차 구매 시에만 보조금 혜택을 받도록 했다. 또는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광물을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해야만 IRA에 따른 보조금 대상에 포함된다. 특히 중국업체들의 미국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배터리 3사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것.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2020년 GM과의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설립해 미국에서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현대차와 조지아 합작공장을 신설 중이고, 일본 혼다, 스텔란티스와도 배터리 공장을 추진 중이다. SK온은 포드, 현대차와 손잡았다. 북미 시장 진출이 가장 뒤늦은 삼성SDI도 올해 스텔란티스, GM과 잇달아 북미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잇단 지정학적 리스크 'K-방산' 약진…내년 성장세 지속 전망

우리나라 방위 산업이 기존 한국군의 발주만 받는 구조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하는 구조로 변화하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전 세계적으로 분쟁 지역이 증가하며 무기 수요가 많아진 점도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바탕으로 'K-방산' 기업들의 수출 금액은 2017년 31억2000만 달러에서 올해 200억 달러(추정)로 증가했다.

지난 6월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시회(MADEX 2023) 현장 모습. [사진=양호연 기자]
지난 6월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시회(MADEX 2023) 현장 모습. [사진=양호연 기자]

최근 러-우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동유럽과 중동 외에도 남미, 동남아시아에서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증대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산업계 안팎에선 내년에도 이에 따른 한국의 방위 산업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고비용의 무기보다는 가격 대비 성능에서 경쟁력 있는 무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군비 증강과 추가적인 분쟁 역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한국 방위 산업의 성장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車 수출 호조…현대차그룹, '글로벌 톱 3' 굳히기

현대차와 기아는 전동화 전략을 필두로 브랜드 제고,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확대 등으로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며 글로벌 톱3 완성차 업체로 우뚝 섰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은 548 대를 세계 시장에 판매했다. 1위 토요타그룹(827만 대), 2위 폭스바겐그룹(671만 대)에 이어 3위다. 현 추세대로라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년 연속 글로벌 자동차 판매 '톱3'가 유력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13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전기차(EV)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13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전기차(EV)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수출도 호조세다. 한국무역협회 집계 기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현대차는 300억 달러, 기아는 200억 달러 수출로 국내 수출 1, 2위를 꿰찼다. 두 회사가 벌어들인 외화만 총 545억 달러로, 지난해 국가 전체 수출액(6836억 달러)의 8%, 국내총생산(GDP) 2161조의 3%에 달하는 규모다.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한 투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 11월 현대차는 울산공장내 연간 2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에 나섰다. 지난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에 들어서는 현대차의 국내 신공장이다. 기아는 지난 4월 오토랜드 화성에 연간 생산능력 15만대 규모의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 공장을 착공했다.

최근 싱가포르에는 '현대차그룹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준공하고, 연간 3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첨단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착공에 들어간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연간 생산능력 30만대 규모로,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픈 손가락은 옛말"…삼성·LG 핵심사업 된 '전장'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전장 사업은 긴 부진을 이겨내고 올 한해 회사의 '핵심 사업'으로 성장하며 전방 산업의 수요 부진 속에서 호실적을 이끌었다.

삼성전자의 전장 자회사인 하만은 올 3분기 매출 3조8000억원, 영업이익 45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분기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고객사의 수주 확대와 포터블 스피커 등 소비자 오디오와 카오디오 판매 확대가 실적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러한 호실적에 하만은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830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8800억원에 근접한 수치다. 시장에선 하만이 4분기에도 3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LG전자가 차세대 자율주행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기업 중 하나인 마그나와 협력을 확대한다. 자율주행 컨셉 이미지. [사진=LG전자]
LG전자가 차세대 자율주행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기업 중 하나인 마그나와 협력을 확대한다. 자율주행 컨셉 이미지. [사진=LG전자]

LG전자의 전장사업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올 3분기 134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역대 분기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업계에선 VS사업본부의 수주잔고가 올해 말 기준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13년 5월 자동차부품 설계 엔지니어링 회사 'V-ENS' 인수하며 시작된 LG전자의 전장 사업은 9년간 부진을 겪다가 지난해 2분기 처음으로 영업이익 50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를 담당하는 VS사업본부를 비롯해 △ZKW(자율주행 부품·차량용 램프), △LG마그나(파워트레인)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전장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ZKW은 최근 멕시코공장 증설로 북미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LG마그나 역시 제품 커버리지와 고객 확대를 위해 헝가리에 신규 공장 구축을 계획 중이다. LG전자는 향후 전장사업에서 연평균 30%씩 성장해 오는 2030년 매출 20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오일머니'에 무릎 꿇은 부산엑스포…韓 총수 '어벤저스'만 빛났다

올해 가장 기대를 모았던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위해 재계가 한마음으로 움직였지만 실패했다.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 리아드가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투표에서 유효표 중 72.1%인 119표를 얻으며 1차 투표에서 '2030 엑스포 유치'를 확정한 탓이다. 한국(부산)은 29표로 2위, 이탈리아(로마)는 17표로 3위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리 이시레물리노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2030 세계박람회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영어 연설을 앞두고 정의선(왼쪽부터)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파리 이시레물리노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2030 세계박람회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영어 연설을 앞두고 정의선(왼쪽부터)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정·재계 인사가 세계를 누빈 거리는 지구 495바퀴에 달하고, 교섭 대상은 3472명에 이른다. 윤석열(오른쪽 두번째) 대통령부터 기업 총수까지 세계 곳곳을 누볐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유치전에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먼저 엑스포 유치전에 나선 리야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엑스포 유치전이 아쉬운 결말을 맞이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이 많다는 평가도 있다. BIE 회원국 182개국에 지지를 호소하며 쌓인 네트워크가 대표적이다. 경제적 교류가 적었던 국가들과의 접촉면을 넓힐 수 있었다는 것.

SK그룹의 경우 아프가니스탄과 아르메니아, 리투아니아, 몰타 등을 공략했다. 현대차그룹은 페루와 칠레, 바하마, 그리스 등을 대상으로 유치전에 나섰다. LG그룹은 케냐와 소말리아, 르완다를 방문했다. 신시장 개척과 공급망 다변화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사업 기회로 연결될 수 있는 요인들이다.

엑스포 유치전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올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유치활동은 경제·문화적으로 발전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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