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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 찾아라"…삼성 반도체 임원진, '긴장' 속 전략회의 [유미의 시선들]


실적 부진 타개책 마련 '고심'…내년 업황 회복 전망 속 첨단 투자 유지할 듯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계현 사장을 포함해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들이 실적 회복을 위한 해법을 찾았을 지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5일 오전 3박 5일간의 네덜란드 일정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면서 일정에 동행한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을 불러 취재진에 질문에 답하도록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권용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5일 오전 3박 5일간의 네덜란드 일정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면서 일정에 동행한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을 불러 취재진에 질문에 답하도록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권용삼 기자]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 화성캠퍼스 디바이스솔루션리서치(DSR)에서 글로벌 전략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선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전략 점검과 함께 당장 내년 1분기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가 주요하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사업에서 상당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12조원이 넘은 데다 메모리 기술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비해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은 상태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 확대에 힘입어 글로벌 D램 1위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인텔의 낸드사업부 인수 이후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20%를 넘으며 삼성전자와 격차를 좁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격차는 4.6%p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HBM 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점유율 50%로, 삼성전자(40%)를 넘어섰다. 올해 3분기 서버용 D램 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7분기 만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랐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실적 회복이 더딘 상태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 탓도 있지만,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주도하면서 3분기에 D램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실적 회복 속도가 나고 있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AI(인공지능) 시장 개화로 HBM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내년에 D램 수익 개선이 뚜렷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은 긍정적 요소다. 삼성전자가 절치부심하고 내년 HBM 생산능력을 2.5배로 높이기로 한 점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시장에서의 전망도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내년 1분기에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eMMC/UFS) 가격이 18~23%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담긴 보고서를 내놨다. 트렌드포스는 "(가격) 급등세는 패닉 구매가 이뤄질 경우에는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삼성전자 목표가를 올려잡으며 내년 1분기부터 메모리 가격이 상승 사이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실적 부진에도 경 사장을 비롯해 메모리사업부를 이끄는 이정배 사장을 유임시켰는데, 올해 실적 부진의 책임을 딛고 내년 호황기 기회를 잡는 데 집중하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한 직원.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한 직원. [사진=삼성전자]

이날 회의에선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국내외 고객사를 확보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 신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 파운드리 서비스를 가장 먼저 출시했지만, 아직 수율 등의 문제로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과제다. 현재 고급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66%, 삼성전자가 25%를 차지한다.

경 사장은 내년 호황기를 대비해 첨단 공장 투자 규모를 유지하는 전략도 이어갈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 사장은 그간 "투자는 경기 침체기에 훨씬 더 중요하다"며 실적이 고꾸라지는 지난 2년간 총 시설 투자를 오히려 확대했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의 투자액은 47조8717억원으로, 올해 3분기까지 설비투자에 투입된 금액은 33조4408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투자액(29조1021억원)을 소폭 초과해 올해 투자 규모는 작년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의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테일러시 1호 반도체 공장은 올해 완공돼 이후 장비 반입을 거쳐 내년 말에는 본격 가동할 방침이다. 이곳에서 5G(차세대통신), HPC(고성능컴퓨팅),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으로, 첨단 반도체 공정인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이 도입된다.

경 사장은 이곳을 삼성 파운드리 반도체 양산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고, 내년부터 대만 TSMC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테일러 공장은 이미 AI 칩 분야 스타트업인 그로크(Groq)의 차세대 AI 칩을 수주한 상태지만, 이날 회의에선 향후 고객사 확보를 어떻게 할 지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테슬라도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이용해 자율주행용 반도체를 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삼성전자는 과도하게 쌓인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재고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스마트폰과 서버, 개인용컴퓨터(PC) 등 전체 응용처에서 실질 수요가 나타나지 않아 최근 감소세가 다소 더디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늦은 감산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재고도 갖고 있다. 대규모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선 실질적 대책이 필요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 12월 두 차례 개최된다. 각 사업부장과 임원들이 참석하고, 해외법인장도 화상으로 참여한다. 연말 회의의 주요 의제는 다음 해 전체 투자 및 판매 전략이다. 지난주엔 한종희 DX부문장 주재로 모바일경험(MX)사업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생활가전(DA)사업부 회의가 먼저 진행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삼성전자 DS부문 실적은 실망과 충격 그 자체"라며 "전략적, 기술적 측면 모두에서 경쟁 업체에 뒤지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2024년은 굉장히 많은 것들을 증명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래픽=조은수 기자]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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