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SM엔터테인먼트(SM)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2일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증거 목록 공개 절차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명재권)는 이날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배 대표에 대해 첫 공판을 열어 심리를 진행했다. 카카오 법인은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배 대표는 앞서 지난 2월 SM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배 대표 등이 지난 2월 16~17일과 27~28일 모두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 주식을 장내 매집하면서 총 409회에 걸쳐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SM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됐지만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를 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증거·수사 기록 목록을 두고 배 대표와 카카오 측 변호인과 검찰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카카오 측 변호인은 "검찰에 수사와 증거 기록 목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신청했지만 수사 기록에 대해서는 검찰이 불허했고 증거 기록 목록은 재판 전날(11일)에야 받아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대응 방식은 피고인과 변호인으로 하여금 이른바 '깜깜이' 상태에서 재판을 준비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형사소송법상 어떤 경우에도 이를 거부할 수 없는데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매우 기형적인 증거 제출 계획"이라며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카카오 측 피의자와 참고인들이 조직적으로 휴대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고 사실상 증거를 은닉, 인멸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어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또한 "공범들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며 고의적인 지연이 아니다"라면서 "늦어도 1월 중순까지는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며 "그 무렵에는 관련 기록에 대한 열람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 대표와 카카오 측 변호인은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카카오 측 변호인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경영상 위기 타개 등을 목적으로 SM 인수를 추진한 것이 아니었다"며 "SM 인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가지고 있는 플랫폼이라는 기존 사업의 장점과 SM이 가진 지식재산권(IP) 간에 시너지를 얻어서 K팝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쟁적인 인수합병(M&A) 상황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시장 상황에 대해 검찰이 무리한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이를 범죄로 평가하는 건 자본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가져오며 개인 주주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2024년 1월 9일로 예정돼 있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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