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글로벌 전기차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며 배터리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를 이끄는 수장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세대교체'를, 삼성SDI가 '경영안정'이라는 상반된 전략을 택한 가운데, 12월 초 임원 인사가 예정된 SK온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된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다음달 7일께 주요 계열사의 임원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배터리 사업을 이끄는 지동섭 SK온 사장의 거취도 이날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서든 데스(돌연사)'를 언급, 그룹을 둘러싼 경영 환경의 엄중함을 경고하면서 올해 인사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지 사장의 유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 사장은 지난 2019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를 맡았고, SK온이 출범한 2021년 10월부터 초대 사장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중 후발 주자인 SK온은 출범 2년이 지났지만, 아직 흑자로 전환하지 못했다. 그에 더해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조심에 포드와의 미국 합작 공장 연기, 조지아 공장 인력 감축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 분할한 이후, 야심 차게 추진했던 기업공개(IPO)가 여전히 답보 상태인 것도 지 사장에게는 부담 요인이다.
다만, SK온은 올들어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SK온의 수익성에 불안 요소로 꼽혔던 저조한 해외 공장 수율(양품 비율)도 3분기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안정화됐다는 점은 지 사장의 성과로 평가된다. 지 사장은 최근 '2023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에서 기술력과 글로벌 수주를 끌어올린 점을 인정받아 업계 최초로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끌었던 권영수 부회장이 '44년 LG맨' 생활을 끝내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대신 김동명 자동차전지사업부장 사장이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됐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이 시기에 배터리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미래 준비를 위한 세대교체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김 사장은 1998년 배터리 연구센터로 입사해 연구개발(R&D), 생산, 상품기획, 사업부장 등 배터리 사업 전반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다. 특히 2020년부터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맡으며 주요 고객 수주 증대, 합작법인(JV) 추진 등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 생산 공법 혁신,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으로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에 큰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경영안정에 무게를 뒀다. 2021년 12월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최윤호 대표이사를 유임시킨 것. 최 사장은 취임 이후 삼성SDI의 매출을 2021년 13조5532억원에서 지난해 20조1241억원으로 성장시키며 배터리 사업을 안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SDI는 임원 인사에서 최고 사령탑을 유임시키면서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차세대 리더 중용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에 부사장으로 6명을 승진시켰는데, 이들은 △초격차 기술경쟁력 확보 △글로벌 생산성 향상및 품질 혁신 △미주·구주 법인 매출의 질적 성장 △글로벌 거점 건설·인프라 관리 고도화 등에 기여한 공로들이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핵심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차세대 리더들을 연령, 연차에 상관없이 과감하게 발굴했다"며 "이번 인사로 사업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사업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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