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H지수(HSCEI)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판매 은행들이 녹취·설명확인서 등을 근거로 소비자 피해 예방조치를 운운하며 불완전 판매 책임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소비자 피해 예방보다는 자기 면피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콩 증시 급락으로 내년 상반기 중 H지수 연계 ELS 상품들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면서, 금감원은 최근 은행·증권사 등 판매 금융사에 대한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이 금감원장은 29일 오전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이 금감원장은 "상품 판매 적합성 원칙의 본질적인 취지를 생각하면 고위험 상품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에게 특정 시기에 고액을 몰아 판매했다는 것만으로도 원칙을 지켰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적합성 원칙은 금융사가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권유할 때 소비자의 연령, 재산 상황, 거래목적, 투자 경험 등에 비춰 부적합한 상품 권유를 금지하는 원칙이다.
그는 "예를 들어 노후 보장 목적으로 정기 예금에 재투자하고 싶어하는 70대 고령 투자자가 있다. 상품에 대해 설명했는지 여부를 떠나 그런 분에게 수십퍼센트의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을 권유한 것이 적정한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ELS와 같은 복잡한 상품 구조를 노령 소비자에게 짧은 시간 내 설명해 이해 시키는 것이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하는 지점에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금감원 등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15조6000억원 수준이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8조원 가량인데, 이 중 손실 발생 구간(녹인)에 진입한 물량이 절반 이상인 4조7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중은행 중에서도 KB국민은행의 판매 잔액이 8조2000억원으로, 전체 은행 판매 물량의 절반에 달한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 중 녹인 진입 물량도 대부분 KB국민은행에서 판매했다.
이 금감원장은 일부 은행이 ELS 판매 한도를 지켰다는 주장에 대해 "증권사는 아예 판매 한도가 없다. 수십개 증권사가 다 판매한 것보다 한 은행(KB국민은행)에서 판 것이 더 많다"며 "증권사는 안 팔고 싶어서 안 팔았겠냐. 은행은 진지하게 적합성 원칙을 소비자 보호에 기반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100% 소비자 피해 조치를 완료했다는 등의 언행을 쉽게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사에 대한 검사 절차에 대해선 "사실관계나 본사 방침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연내 기초사실 관계를 파악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일부 분쟁조정이 예상되는 것이 있다. 선제적으로 살펴보고 우려 사항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가능한 책임 분담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나 생각하고있다. 아직 구체화된 계획은 아니다"고 말했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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