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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수장' 경계현, 재신임 바탕 '캐시카우' 재현 기대


삼성전자서 한종희와 '투톱' 체제 유지…이재용 신뢰속 SAIT 원장까지 겸직
기술 투자 가속…반도체 불황속 실적개선·SK하이닉스와 격차 벌리기 관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의 든든한 '캐시카우(수익창출원)'였던 반도체 사업에서 올해 극심한 적자가 이어졌음에도 수장인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이 유임됐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사진=뉴시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사진=뉴시스]

27일 재계에 따르면 2021년 말 취임한 경 사장은 내년에도 반도체 사업을 이끌게 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한종희 DX부문 부회장과 경 사장의 '투톱 체제'를 유지하며 사장 승진 2명, 위촉 업무 변경 3명 등 총 5명 규모의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경 사장은 DS부문장으로 선임될 당시 이례적으로 계열사 사장으로 간 지 2년 만에 삼성전자로 복귀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회장이 강조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전략을 진두지휘 할 '뉴 삼성'의 핵심 인사로 급부상하며 대내외적으로 많은 기대감도 내비쳤다.

경 사장이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삼성전자에서 손꼽히는 인물이란 점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는 삼성전자 시절 메모리사업부 플래시(Flash)설계팀장, 플래시개발실장, 솔루션개발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또 2020년부터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아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호황기를 이끌었다.

삼성전기에서 경영 능력을 보여주며 '포스트 김기남'으로 급부상한 경 사장은 삼성전자 DS부문장에 선임되며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 시스템LSI 사업부(시스템 반도체 부문)을 모두 총괄하며 이 회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경 사장 체제가 된 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특히 올 들어 반도체 한파가 계속되며 재고가 급증한 데다 실적도 악화돼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DS(반도체) 부문은 지난 1분기 영업손실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 등 올해 영업적자 규모만 약 13조원에 달한다.

이처럼 올 들어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자 삼성전자 내부에선 경 사장 교체설이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60세 퇴진룰'에 경 사장(1963년생)이 해당된다는 점과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추격이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기술뿐 아니라 시장 점유율에서도 SK하이닉스에게 위협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D램 매출은 3분기 46억3000만 달러(약 6조500억원)로 전 분기와 비교해 34.59% 늘었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은 52억 달러(약 6조8000억원)로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35%, 삼성전자가 39.4%로,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역대 최저 수준(4.4%p)으로 좁혀졌다.

이는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증가와 맞물린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프리미엄 메모리 반도체 제품군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약진한 덕분이다. SK하이닉스는 현존 최고 사양인 5세대 HBM3E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데 이어 글로벌 고객사들과 차세대 HBM4 규격 개발에 나서는 등 시장 주도권을 선점한 상태다.

또 SK하이닉스는 최근 차세대 모바일용 D램인 LPDDR5T(저전력 DDR5 터보) 패키지를 업계 최초로 출시해 퀄컴 등 주요 고객사와 공급 협의에 나서는 등 고부가 D램 시장 곳곳에서 삼성전자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 3분기에는 D램 사업부문에서 삼성전자보다 먼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다급해진 삼성전자는 지난 7월 DS사업부문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 개발 총책임자를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후에도 매달 소폭 인사를 통해 반도체 개발 인력들을 꾸준히 끌어들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삼성전자의 실적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반도체 사업 부진 탓에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21% 감소한 67조4047억원, 영업이익은 77.57% 줄어든 2조4336억원에 그쳤다. 순이익도 37.76% 하락한 37.76%에 머물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8월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여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8월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여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에 내부에선 이번 인사에서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경 사장을 대신해 DS부문장을 맡을 것이란 전망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인사에선 내부의 예측이 모두 빗나갔다. 이 회장이 여전히 '사법 리스크'에 얽매여 있는 탓에 올해 인사도 변화보다 '안정'에 방점을 뒀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최근 이 회장에 대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반도체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수장 교체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경 사장에 대한 이 회장의 신뢰도 여전한 듯 보인다. 경 사장을 DS부문장으로 유임시킨 동시에 이날 삼성전자의 신사업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소 SAIT(삼성종합기술원)의 원장을 겸직토록 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 사장에 대해 내부에선 내년 성과까지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김기남(DS)·김현석(CE)·고동진(IM) 대표 3인이 4년의 임기를 채운 후 교체됐다는 점에서 2년밖에 안된 경 사장도 성과를 증명할 만한 시간을 좀 더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선 삼성전자 가전·모바일을 담당하는 DX사업부에 비해 DS사업부에 대한 후속 인사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경 사장이 최근 기술 개발 쪽에 주력해 인사를 영입하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는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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