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공약 부실' 논란에 이어 '현수막 비하' 등 거듭된 설화에 휘말리면서 총선 준비 체제에 벌써부터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지도부의 안일한 대처에 당내 비판이 빗발치면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총선 캠페인을 위한 4종의 현수막을 제작하고 전국 시·도당에 공문을 보내 오는 23일부터 홍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전 공개된 현수막에서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의 문구가 청년 세대를 향한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었고, 민주당은 전날(19일) 해당 현수막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한준호 민주당 홍보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홍보 업체의 책임이고 당과 총선기획단은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당내에서부터 즉각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업체가 컨펌(확인) 없이 발주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다. 제때 적절한 방식으로 해명하고 사과하면 될 일을 우격다짐으로 우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 홍보 전략가로 유명한 손혜원 전 의원도 같은날 자신의 유튜브에서 "시안을 낸 사람보다 결정한 자(지도부)를 탓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도 "민주당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가 없다"고 하는 등 친명(친이재명)계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현수막 논란 전부터 민주당 지도부가 부실한 총선 준비 태세를 노출하면서 당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3일 총선을 겨냥한 '3% 성장 회복' 공약을 발표했으나 핵심 내용 중 '청년 3만원 교통패스' 재원을 두고 대표 자신과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 모두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문제가 된 바 있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승리에 도취됐다는 말이 나오더니 (현수막 논란 등으로) 이젠 진짜 현실로 보인다"며 "선거가 금방인데 공약, 홍보 전략 등에서 부실한 모습이 계속되면 (당내에서)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의 '리더십 리스크'를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결성한 비명(비이재명)·혁신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현수막 논란 등 리더십 리스크를 고리로 당내 이재명 체제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19일 하 전 부대변인, 전성균 화성시의원 등 청년정치인들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최근 현수막 논란과 함께 당내 민주주의 실종, 이재명 지도부 독주 등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조응천 의원은 지도부를 향해 "유일 체제다 보니까 무오류에 빠져 있다"고 직격했으며. 윤영찬 의원은 "목소리를 내면 죽도로 얻어맞아야 하는 상황들이 공포와 독재와 경색 분위기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청년 정치인은 통화에서 "간담회에 참석했다고 (원칙과 상식에) 함께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도부의 실책이 계속되면 결국 비명계에도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며 "이건 '사법리스크'의 문제가 아니다. 장수(이재명) 자체가 무능하면 당원들이 어떻게 싸우라는 거냐"고 성토했다.
리더십 리스크가 계속되면 당내에서 지도부 퇴진 요구가 다시 불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계파색이 없는 수도권 초선 의원은 "대표 이하 지도부가 이젠 정신 차려야 한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지도부의 실책은 현장에서 뛰는 현역의원, 출마자들에게 더 큰 피해로 다가온다"며 "리더십 리스크가 계속되면 사법리스크와는 다른 의미에서 당내 구성원들이 지도부 2선 후퇴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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