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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가 따로 없네…" '벌금현수막'을 아시나요 [현장 써머리]


광주 대형사 브랜드 단지서 '게릴라 현수막' 벌금 지원해주며 마케팅 나서
'가성비 좋은' 분양 마케팅으로 정착…과태료 내주는 전문 업체도 등장
'악성 미분양' 물량에 대해 활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실수요자 신중해야"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다 불법이죠. '게릴라 현수막'이라고, 허가받지 않고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다가 수십 많게는 수백 개씩 설치하는 거 말이에요. 특히, 미분양 크게 나면 조직 분양으로 전환하면서 동시에 활용하기도 방법이죠. 일명 '벌금 현수막'이라고도 불립니다. 불법이라 적발되면 현수막 개당 20~30만원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근데 이게 워낙 가성비가 좋다 보니 아예 벌금까지 대신 내주고 원스톱으로 시행사가 번거롭지 않게 관리까지 해주는 업체도 있습니다."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한 마케팅이 얼마나 치열한지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얼마 전 한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흥미로운 게시글을 공유받았는데, 이런 벌금 현수막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인즉슨 올해 광주에서 분양한 한 대형사 브랜드 단지에서 '조직 투입 팀장과 팀원'을 구한다는 내용의 문자였습니다.

조직 분양은 통상 미분양 발생 시 선택하는 분양 마케팅 방식 중 하나로, 고액의 대행 수수료를 제시하고 많게는 수백 명의 영업사원을 고용해 온·오프라인에서 매우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는 것을 말합니다. 소정의 일 급여와 계약 건당 보수를 받아가는 방식이다 보니 영업사원들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네요.

광주 일원 아파트 조직 분양에 투입될 인력을 모집하는 문자 캡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광주 일원 아파트 조직 분양에 투입될 인력을 모집하는 문자 캡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문자에도 '팀 수수료 34평형-600만원, 46평-1300만원'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는데요, 해당 면적대 매물 계약 성공 시 한 팀에 떨어지는 수수료가 600만원, 1300만원이라는 의미입니다.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게릴라 벌금 현수막 지원 △문자 벌금 지원 △전단 및 기타 홍보 물품 다수 지원 등의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 중 '벌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대체 무슨 벌금을 지원한다는 의미인지 궁금해졌는데요, 분양업계 관계자에게 '게릴라 벌금 현수막 지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문의하니, 솔깃하면서도 '웃픈'(웃을 수밖에 없지만 슬픈)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게릴라 현수막(벌금 현수막)은 미분양 매물 소진을 위해 도입됩니다. 지자체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 도보 펜스, 전봇대 등에 설치한다고 하네요. 화려한 색감에 '파격 혜택', '소량의 물량 확보', '선착순 20채', '개발 호재 풍부', '호실 지정, 수익보장' 등의 문구로 보통 구성돼 있습니다.

분양업계 관계자 A씨는 "분양 현수막은 한두 개가 아닌 그 지역 일대를 장악할 만큼 대량으로 제작, 단어 그대로 게릴라로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한다"며 "일부 업체는 지자체 불법 현수막 철거 용역 업체의 동선과 시간까지 파악하고 있다. 현수막 제작에서부터 설치, 이후 벌금 납부까지 시행사가 대금만 주면 한 번에 관리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처럼 언제든 철거될 위험과 과태료까지 내면서 '벌금 현수막'을 선호하는 이유도 있다고 하네요. A씨는 "현수막 제작비부터 과태료까지 고려하더라도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어 최소 금액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즉,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우수한 입지에 상품성을 갖춘 아파트는 이런 게릴라 현수막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미분양 물량이 생긴 후 이른 시일 내 소진하지 못하면 시행사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그럼에도, 미분양을 팔기 위해 추가로 고용하는 영업사원이 얼마나 되고, 지급되는 수수료는 또 얼마이며, 게다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과태료까지 지원해 공격적 마케팅에 나선다니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게시글엔 회의적인 댓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계약이 잘 안되니까 뭐든 다 하는 건가요?", "분양받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요?", "고급 아파트라 계약했는데, 시행사에서 미분양 소진하려고 아파트 이미지 너무 추락시킨다", "저 비용을 입주예정자나, 계약자들에게 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코미디가 따로 없네요. 청약자들 피눈물을 흘릴 듯", "그냥 분양가를 낮추지, 얼마나 이윤이 좋은지 광고하냐?"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습니다.

실수요자의 금리 부담은 커지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미 미분양으로 떠안은 물량인 경우 새 주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이 활개를 치는 만큼 소비자들 역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광고효과가 좋다 보니 시행사들이 벌금 현수막과 같은 유인책을 적극적으로 쓰기 시작했다"며 "분양 전문 조직이 투입되고 혹할만한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서는 꼼꼼하게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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