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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SK하이닉스 시대"…모바일 D램 속도 경쟁서 또 한발 앞섰다 [유미의 시선들]


SK, 현존 최고속 'LPDDR5T' 업계 첫 상용화…삼성·마이크론보다 시장 우위 선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SK하이닉스가 모바일 D램 시장내 기술 경쟁에서 삼성전자, 마이크론에 비해 한발 앞서 가는 분위기다. 특히 고성능, 저전력 특성을 갖춘 'LPDDR' 시장 내 기술을 주도하며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나서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선보인 모바일용 D램인 LPDDR5T의 초당 전송 속도는 최고 9.6Gb(기가비트)다. 이는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선보인 LPDDR5X(초당 8.5Gb)보다 더 빠른 것으로, 현존 최고속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 LPDDR5T.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LPDDR5T. [사진=SK하이닉스]

LPDDR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용 제품에 들어가는 D램 규격이다. LPDDR5T는 8세대 LPDDR6가 업계에 공식 출시되기 전 SK하이닉스가 7세대인 LPDDR5X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해 지난 1월 최초로 개발한 버전이다. 지난 8월에는 LPDDR5T를 미디어텍의 모바일 AP에 적용하기 위한 성능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퀄컴과도 호환성 검증 작업을 진행해 좋은 결과를 도출했다.

이번에는 LPDDR5T의 16기가바이트(GB) 패키지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에 납품하기 시작하며 업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비보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X100'과 'X100 프로(Pro)'에 탑재된 것. 이 스마트폰에는 대만 반도체 기업 미디어텍의 최상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제품인 '디멘시티 9300'도 적용됐다.

LPDDR5T 16GB 패키지는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JEDEC)가 정한 최저 전압 기준 범위인 1.01∼1.12볼트(V)에서 작동한다. 이 패키지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초당 77GB다. 이는 풀(Full)-HD급 영화 15편을 1초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역대 최고 속도가 구현된 LPDDR5T는 스마트폰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메모리"라며 "LPDDR5T 제품의 활용 범위를 넓히면서 모바일 D램의 세대교체를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제 공격 나선 SK…삼성·마이크론, 9.6Gbps 제품 공개로 '맞불'

이번 SK하이닉스의 선제 공격으로 경쟁사인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삼성전자는 2021년 11월 업계 최초로 14나노 기반 LPDDR5X를 개발했다. 지난해 말에는 세계 최초로 초당 8.5Gbps의 전송 속도 신기록을 세우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올해 1월 현존 최고 속도인 모바일용 D램 'LPDDR5T'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속도 면에서 밀리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1Gbps 차이는 모바일 기기에 탑재할 경우 초당 4GB(기가바이트)의 고화질 영화 2편을 더 처리할 수 있는 속도"라며 "8.5Gbps가 최고 속도인 삼성전자의 제품에 비해 속도면에서는 SK하이닉스가 상당히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에서 그동안 9.6Gbps 동작 속도는 2026년 이후 출시 예정인 LPDDR6에서 구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며 "하지만 자사가 선보인 LPDDR5의 확장 버전인 LPDDR5T가 연내 양산이 시작되면 시기를 3년이나 앞당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 LPDDR5X. [사진=마이크론 뉴스룸]
마이크론 LPDDR5X. [사진=마이크론 뉴스룸]

삼성전자도 지난달 열린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에서 9.6Gbps LPDDR5X D램을 공개했다. 다만, 고객사들과 협의는 하고 있지만, 자세한 공급 일정은 공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줄곧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고 기존 로드맵대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52.2%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전분기 대비 5.4%p 줄었다. 반면 2위인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분기 18.8%에서 2분기에 26.4%로 껑충 뛰어 올랐다.

2분기에 15.9%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한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24일에는 자사 뉴스룸을 통해 업계 유일의 1β(베타) LPDDR5X(9.6Gbps)의 샘플 출하 소식과 함께 제품 성능 검증을 위해 세계적인 모바일 AP 기업인 퀄컴에게 이를 제공했음을 알렸다. 또 퀄컴의 스냅드래곤8 3세대에도 이를 적용한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SK하이닉스는 'LPDDR5T' 제품이 표준화되고 시장 공급이 본격화되면 내년부터 모바일용 D램의 세대 교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류성수 SK하이닉스 D램 상품기획담당 부사장은 "LPDDR5T의 시장 진출 과정에서 미디어텍과의 파트너십이 큰 역할을 했다"며 "성능 검증을 시작으로 제품 공급 범위를 넓혀 모바일용 D램 시장의 주도권을 더욱 견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D램 속도 경쟁 부추긴 'AI'…AP 시장도 '후끈'

각 업체들이 모바일용 D램 시장에서 속도 경쟁에 나선 것은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스마트폰이 온디바이스(On-Device) AI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필수 기기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온디바이스 AI는 물리적으로 떨어진 서버의 연산을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스마트기기가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연산하기 때문에 AI 기능의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사용자 맞춤형 AI 서비스 기능도 강화할 수 있다. 서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의 중요한 개인 정보가 유출될 여지가 적고, 각 기기 사용 특성에 맞는 AI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갤럭시 'AI 라이브 통역 콜'. [사진=삼성전자]
갤럭시 'AI 라이브 통역 콜'. [사진=삼성전자]

AI 시대를 맞이해 모바일 업계도 속속 준비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태블릿 제품군인 '갤럭시'에 내년부터 '갤럭시 AI'라는 별도 AI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으로, 내년 1월 공개되는 '갤럭시S24' 시리즈에 처음으로 AI를 탑재할 계획이다. 특히 실시간 통역 통화인 'AI 라이브 통역 콜'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애플은 내년 '아이폰16' 시리즈에 AI를 담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맞춰 모바일 AP 업체들도 AI 처리 역량을 강화한 관련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초 공개한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 '엑시노스 2400'의 경우 전작 대비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이 1.7배, 인공지능 성능이 14.7배 개선됐다.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도 생성 인공지능 구동을 위해 설계를 바꿨고, 신경망처리장치(NPU) 처리 성능을 2세대 대비 98% 늘렸다.

대만 반도체기업 미디어텍도 이달 초 디멘시티9300을 공개해 주목 받았다. 디멘시티9300은 초당 토큰 20개의 속도로 매개변수 최대 70억 개에 달하는 LLM을 지원한다.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들은 디멘시티9300을 자사 스마트폰에 채용했다.

애플은 내년 연례 개발자 대회인 WWDC를 통해 새 LLM 기반의 생성 AI 기술을 탑재한 iOS 18, 아이패드OS 18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기능은 아이폰16에서만 쓸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메모리 반도체업체들은 고성능, 고용량 모바일 D램 수요가 내년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마케팅담당 부사장은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모바일 시장에서 고성능, 고용량 모바일 D램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LPDDR5T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만큼 AI 메모리에서 확보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D램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래픽=조은수 기자]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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