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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도 되나" 한양아파트 재건축 '우선 멈춤'에 나온 질문


전문·신속이 장점이라며 신탁사를 시행자로 선정…잇따라 위법 드러나
29일 예정됐던 시공사 선정 총회 연기…오세훈 시장도 나서 경고 목소리

[아이뉴스24 이수현 수습 기자]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이 엉뚱한 땅을 사업 면적에 포함시켜 시공사 입찰 공고를 냈기 때문이다. 신탁사가 정비사업 시행사로 나설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뀐 이후 정비계획 내용을 위반한 채로 행정처리를 한 사례여서 주목된다.

포스코이앤씨가 제안한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사진=포스코이앤씨]
포스코이앤씨가 제안한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사진=포스코이앤씨]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 추진 과정 중 발생한 위법 사항을 시정하라고 최근 영등포구청에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여의도 한양상가는 소유주가 한 명(롯데슈퍼)으로 KB부동산신탁을 재건축 사업시행자로 선정하는 데 동의하지 않은 바 있다. 이에 한양상가는 제외된 상태로 KB부동산신탁이 지난해 8월 아파트 재건축사업 사업시행자로 지정 고시됐다. 그런데 KB부동산신탁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면서 동의를 받지 못한 상가를 구역에 포함시켰던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KB부동산신탁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사업시행자의 권한이 없는 부지인 상가 부지를 사업 면적에 포함했다”며 시정을 권고했다.

정비계획 내용을 따르지 않은 채 시공사 입찰을 공고한 점도 문제가 됐다. 한양아파트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건폐율 50% 이하, 용적률 200% 이상 300% 이하)이지만 신통기획안에는 용도지역을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두 단계 올려 건폐율과 용적률 규제를 완화했다. 서울시는 KB부동산신탁이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영등포구에 정비계획안을 제출해야 했음에도 해당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공사를 선정하고자 했다고 판단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이 같은 위법적 재건축 사업 추진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면서 한양아파트 재건축은 상당기간 시일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전망이다. 오 시장은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압구정·여의도 재건축 설계·시공사 선정을 중단한 이유는 조합이 욕심을 앞세웠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서울시는 KB부동산신탁이 시공자 선정 절차를 강행하는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정비사업을 멈춰 세우면서 29일 예정이던 시공사 선정 총회는 연기됐다. 또한 KB부동산신탁이 향후 추진계획에 대해 명쾌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사업 일정은 더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건설이 제안한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사진=각 사]
현대건설이 제안한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사진=각 사]

여의도 재건축 1호 사업으로 주목을 받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정비사업은 기존 8개동, 588가구를 허물고 최고 56층, 5개 동, 아파트 956가구와 오피스텔 210실 규모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재건축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자금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신탁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하고자 선택한 사업추진 방식이 잇단 위법 사항 노출과 사업 지연 등의 결과를 빚으며 후폭풍도 우려되고 있다.

한양아파트 사업뿐 아니라 최근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신탁사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개정돼 부동산신탁회사가 정비사업의 단독 시행사로 참여할 수 있게 됐고 정부가 지난 7월 신탁사 특례를 허용하면서 정비사업계획 통합 수립 단계를 4단계(구역 지정·정비계획→추진위원회 설립→조합 설립→사업시행 인가)에서 2단계(구역 및 사업시행자 동시지정→정비사업계획 통합수립)로 줄일 수 있는 장점까지 추가된 영향으로 신탁방식은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 목동지역의 총 14개 재건축 단지 중 6개 단지가 신탁방식을 선택했고 여의도에서도 한양아파트를 비롯해 시범, 수정, 삼익, 은하아파트 등 신탁방식을 선택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자대학교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조합이 사업을 운영하면 전문성이 부족하고 자금 비리 등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며 "이해당사자인 조합 이 운영하는 대신 신탁사를 거치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사 후보 업체들의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이수현 수습 기자]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사 후보 업체들의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이수현 수습 기자]

하지만 전문성과 신속성이라는 장점을 가진 신탁 시행방식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으면서 건설업계에서마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여의도 1호 재건축 단지의 상징성까지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양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 관련 KB부동산신탁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B부동산신탁은 6월 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지만 공고에 일부 업체의 입찰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현장 설명회를 하루 앞두고 이를 철회했다. KB부동산신탁은 철회 20일 만에 새 입찰공고를 올리고 시공사 선정을 진행해야 했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A씨는 "서울시의 권고를 받았으니 롯데슈퍼(롯데쇼핑)와 협의하고 정비계획안을 제출하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며 "1호 재건축이라며 기대를 걸고 있던 주민들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의 B씨는 "책임소재가 누구인지 보다는 빨리 진행하는 쪽에 무게를 둬야 할 것"이라며 "아직 시공사 선정 등 사업 관련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돌발상황에 시공사는 난감한 처지가 됐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홍보관을 운영하는 등 최종 선정을 두고 열띤 경쟁을 벌여왔다. 포스코이앤씨는 해당 사업에 총사업비 1조원을 책임 조달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수주전에 임했고, 현대건설은 동일 평형에 입주하면 100% 환급받는 '분담금 0원' 공약을 공개하기도 했다.

'출혈경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한 대결을 펼친 양측은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연기되면서 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의 결정만을 기다리게 됐다. 시공사 선정을 위해 설치한 홍보관도 추가 비용을 감수하면서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공사 선정 연기에 대해 조합과 건설사 측은 말을 아꼈다. 한 업체 관계자는 "KB부동산신탁과 서울시가 협의를 해야 하는 만큼 시공사는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홍보관은 조합이 중단을 요청하지 않은 이상 운영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합 측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이수현 수습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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