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2027년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全固體)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자동차를 내놓겠다는 토요타의 야심찬 계획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를 상용화한 기업은 없는 상태다. '전기차 분야 지각생' 토요타가 전고체 차세대 기술로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노리고 있는 것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토요타는 지난달 19일 일본 아이치현 3개 공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기술 개발과 생산 시스템 현황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토요타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인 테이호 공장을 공개했다. 이곳에서는 양극체계(Bipolar)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토요타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나카지마 히로키 부사장은 지난 6월에도 "훌륭한 소재를 찾았다"며 "글로벌 시장에 뒤지지 않고 반드시 상용화에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토요타는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지만 전기차 분야는 경쟁 업체에 크게 밀리는 상황. 실제로 지난해 전기차 판매대수는 약 2만대에 그친다. '전고체 전기차 상용화에 가장 먼저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액체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의 경쟁에서는 뒤처졌지만,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로 전 세계 시장을 뒤흔들겠다는 것. 이미 2020년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으로 시험 주행을 이뤄내는 등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1000개 이상 획득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 분야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상용화만 된다면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완벽히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이 현저히 적다. 기존 리튬이온 전지의 안전성과 관련된 부품들을 줄이고, 그 자리에 활물질을 채워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 결과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1000km까지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고, 충전 속도도 월등히 빠르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의 완전 상용화까지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이온 전도도가 높은 고체를 구현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고체 전해질은 이온이 흐르는 것이 아니고, 고체 격자 사이에서 이동한다. 전해질과 양 극판의 접촉을 최대화하고 접촉면에서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것이 과제다.
비싼 제조원가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의 제조원가는 고체전해질 주원료인 황화리튬(Li2S)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의 5배 이상이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최대 충전 횟수도 수백 번에 불과해 상용화에 필요한 수천번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토요타의 전고체 배터리가 개발에서 일부 상용화까지 10년이 걸린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세간의 부정적인 전망에 맞서 토요타는 과도기적 보급형 제품으로 양극체계(Bipolar)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전고체 배터리만이 살길'이라는 야심찬 전략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양극과 음극이 하나의 집전체(전자를 활성물질에 전달하는 얇은 막)에 들어간 배터리로 단극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두 극이 모두 들어가기 때문에 용량을 압축할 수 있다. 토요타는 양극체계 LFP 배터리를 통해 제조 원가를 40% 줄이고, 주행거리는 20%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토요타 엔지니어들은 이날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전해질을 균일하게 도포하는 방법을 찾는 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여러 배터리를 쌓는 과정에서 손상이 발생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가장 앞선 곳은 삼성SDI다. 지난해 3월 경기도 수원 연구소내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착공했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지난 7월 27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전고체 개발에 대해 "개발 일정은 일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6월 시제품 생산을 시작으로 하반기에 고객향 샘플을 생산해 완성차업체의 데모 차량에 탑재할 계획도 구체적으로 협의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구체적인 고객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2027년 양산 일정으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고 복수의 완성차 제조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이온 전도도가 가장 높은 기술을 채택해 니켈 함유량을 94%까지 높였다"며 "2027년 양산 목표를 위해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직접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양산성을 검증하기 위해 내년 의왕연구소에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을 완공한다. 미국 솔리드파워 등 업체와 전고체 배터리 요소와 공정기술 확보를 위해 협업 중이다. 미국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과는 리튬메탈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국내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에 관해 "제품 양산에 성공하겠다는 발표를 선언적인 성격으로 보고 있다"며 "2027년 정도면 일반 소비자 판매용이 아닌 상징적인 콘셉트카로 출시될 가능성이 크고, 가격도 수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고바야시 히로노리 총괄연구주임도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용화 초기에는 전고체 배터리가 고급 모델 등 일부 차종에 한정돼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 7월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 따른 분리막 시장 변화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30년 전고체 배터리의 침투율은 약 4%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량은 2023년 687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 2천943GWh로 4.3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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